양극화 현상을 반대하는 월가 점령 시위가 한 달째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들은 1%의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빈민들에게 나눠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 반대 아닌 승자독식 거부”
“금융기관 탐욕·부패 더 이상 용납 안돼”
규제 강화 등 정부의 공정분배 개입 촉구
정치권‘아전인수’격 해석… 29일이 갈림길
“월가를 점령하라!!!”
오늘(17일)은 뉴욕 맨해턴의 한 작은 공원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독립 언론 ‘애드버스터스’사의 “9월17일 월가를 점령하자”는 제안은 전 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 세계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시위대는 불평등 해소를 촉
구하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리더십 부족등을 비판하면서 전 세계 각국에 상당한 정치·경제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뉴욕 맨해턴에서 시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부 청년 실업가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표출 정도로 여겨지던 시위는 이제 트위터등 소셜미디어 바람을 타고 세계 각국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세대와 계층으로 확산됐다. 20대부터 50대까지 실업자, 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지도자는 없는 이번 시위는 주말인 지난 15일에는 LA와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80여개국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돼 거대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반 월가를 기치로 시위가 열린 곳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호주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 광장, 대만 타이베이 증권거래소, 일본 도쿄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 및 한국 여의도 금융감독원 등으로 세계 주요 국가를 총망라한다. LA에서도 지난 7일 다운타운에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에 동참한가운데 15일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시위대에 리더가 없어 더욱 역동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1% vs 99%’의 양극화 반대
‘반 월가시위’가 요구하는 건 분명하다.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라는것이다. 시위대가 반대하는 건 자본주의가 아니다. 대신 이들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따뜻한 자본주의란 상위 1%에 집중된 부를, 정부가 나머지 99%에게 균형 있게 분배할 수 있는 자본주의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 때
문에 승자가 독식하고 있으며 기존의20% 대 80% 사회에서 1% 대 99% 사회로 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그래서 시위대는 상위 1%의 부유층으로부터 빈민들을 지원하는‘ 로빈훗 세금’을 도입하고 주식, 채권, 외환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금융거래세를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데이빗 스티븐슨(58)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아이젠하워 공화당원’으로 소개하며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집권당시인 1950년대 공화당은 높은 소득세율을 유지했다”며 “경제적 불평등이 나를 월가 시위로 이끌었다. 미국의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
했다. 레베카 마가나(36)는 역시 “부유한 사람들은 로비스트를 통해 정치인에게 돈을 주고 우리 99%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킨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대기업들은 세금으로 배를 불리고 국민에게는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는다. 불평등과부당함, 로비스트들의 정치 간섭, 법률의 허점 등과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위대 뜻과 상관없이 정치 한복판서 월가 점령 시위는 처음부터 정치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주변상황은 이런 시위대의 의도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한 달째로 접어든 지금 시위대의 구호는 자신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민주당은 시위대의 목소리를 1년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서 최대한활용하겠다는 태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갈수록 심화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월가 점령 시위대를 지난대선에서의‘ 풀뿌리 열정’을 소생시키는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공화당은 시위대를 애써 무시하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 중심에는 오바마 재임기에 대중적논쟁을 독점했던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인‘ 티파티’의 자리를 이들에게 내주
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월가 점령 시위대는 공식적으로 현재의 미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으며 2년 내에 제3의 정당 출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당태동이 더 빨리 이뤄진다면 내년 대선에서 후보를 낸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월가 점령 시위는 오는 29일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 대규모 시위를
열며 요구사항을 구체화 한다는 계획이다. 월가 점령 시위가 한 때의 바람으로 끝날지 아니면 ‘부드러운 권력교체’로 연결될지는 이날 시위가 고비될 전망이다.
<정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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