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다. 친구로 시작돼 연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들은 무수히 많다. 이런 얘기를 또 평범하게 우려먹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그런 뻔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아무리 케케묵은 소재라도 시대의 코드를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성(性)과 사랑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코믹한 에피소드와 최신 유행을 반영한 트렌디한 장면들이 양념으로 버무려지면서 어른들이 제법 즐길 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됐다.
인기 블로그를 운영해 명성을 얻게 된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유명 잡지 GQ의 아트디렉터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버지, 누나와 함께 살던 딜런은 뉴욕으로 면접을 보러 오게 되고, 헤드헌터인 제이미(밀라 쿠니스)를 만난다.
제이미에게 설득당해 GQ에 입사하게 된 딜런은 새 삶의 터전인 뉴욕에서 제이미와 친구가 된다. 점점 친해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술기운에 동침하게 되고, 이후 복잡한 감정 없이 그저 성적 파트너로만 지내기로 합의한다. 두 사람 다 가정환경의 결함으로 인해 사랑에 너무 회의적이거나 지나친 환상을 품어 관계 맺기에 실패해왔기 때문.
얼마간은 이들의 우정과 동침 관계가 잘 유지된다. 그러나 점차 감정이 얽혀드는 것을 감지한 두 사람은 우정마저 잃게 될까 봐 이런 관계를 청산하기로 한다.
그러다 딜런이 로스앤젤레스 고향집에 제이미를 데려가는데, 제이미는 딜런의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면서 그를 더 이해하게 되고 두 사람은 한층 가까워진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늘 그렇듯 이 사랑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의 갖은 오해와 어긋남이 반복되면서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뻔한 전개를 빛내는 것은 이 영화만의 현대적인 감각이다.
흥미로운 설정은 두 남녀가 ‘친구’로서 모든 가식을 떨쳐내고 자연인이 되어 침실에서 관계를 갖는 부분이다. 평소의 일상적인 습관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상대방에게 손을 씻고 오라고 면박을 주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요구하는 장면 등은 현실적이면서도 과감하게 표현돼 웃음을 자아낸다.
시대와 공간적인 특성을 반영한 제이미의 거친 화법과 두 젊은 남녀의 톡톡 튀는 대화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마술사를 꿈꾸는 딜런의 조카가 펼치는 어설픈 마술 시범은 큰 웃음을 주고, 아이패드의 성경 어플을 이용하는 장면과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한 ‘플래시 몹’ 장면 등은 참신하다.
가수 출신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전작 ‘소셜 네트워크’에 이어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안정적으로 다진 듯하다. ‘블랙 스완’의 조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밀라 쿠니스 역시 할리우드의 차세대 여배우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윌 글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0월 27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19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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