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성 싶은 나무
뉴비전청소년센터 서경희
몇 달 전 고등학생의 개인사진전시회가 서재필센터에서 있었습니다. 학생 작품에 대한 신선함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어린 사진작가도 궁금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생이 사진 전시회는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심의 건축에 대한 남다른 각도를 잘 포착했던 기억과 함께 부모님이 어떻게 지도했기에 가능했을까 하고 궁금해서 물었더니 아이가 좋아해서 스스로 열심히 했고 별다른 지도는 없었노라 합니다. 어린 사진작가의 전시를 보러왔던 고등학생 한명을 소개 받았는데, 그 학생은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그림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아이 베이비시터를 하고 대신 그림을 배웠다는 학생입니다. 부모님은 그저 한때의 관심이겠지 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하십니다. 딸의 남다른 열성으로 인해서 생긴 이야기도 덤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아빠의 새 고급스웨터를 리폼해서 부모님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고, 늘 자신의 옷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디자인하고 잘라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다고 이야기 합니다.
학습상담으로 만났던 G는 그림이외에 다른 것에는 흥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림을 잘 그려 학교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만화를 잘 그리는 친구로 부러움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진학을 미술전공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밥 먹고 살수 없다고 해서 대학은 다른 전공을 할 계획인데,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녀가 무엇인가 흥미를 가지게 되면, 부모님들은 우리아이가 정말 소질이 있나, 다른 아이들 보다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해마다 관심있는 분야와 흥미를 보이는 것들이 바뀌기도 해서 저러다 또 바뀌겠지 하고 무심결에 흘려버리기도 합니다. 자녀의 흥미와 소질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다양한 자극과 경험들로 인해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흥미와 소질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어떤 자격을 요구하는지, 그 분야의 흐름은 어떤지, 어떤 품성을 요구하는지를 알고 난 뒤 자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해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애완견의 배설물은 손댈 수 없다고 한다면 수의사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망있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서 동료들의2배나 노력을 하고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자녀가 미술 분야에 소질도 있고 흥미를 보인다면 순수미술만 생각하지 말고 응용미술과 상업미술 분야까지 다양한 직업을 조사해 본다면 자녀의 흥미와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부족한 정보와 편협한 사고로 인해서 될 성 싶은 싹을 틔우기도 전에 가위질 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요. 전문적인 직업이 성공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이전시대의 생각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과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생겨난 상황입니다. 현대에 사는 청소년들은 부모세대와는 다른 성공에 대한 가치관과 행복에 대해서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삶을 위해서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소양이 되었는지 스스로 알게 됩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목표와 관심을 키워가는 생활태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가지는 흥미가 다소 황당할 때도 있지만 구체화하고 체계화 시켜간다면 바르게 또 가치 있는 일로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자녀들이 아무것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녀들의 꿈이 부모가 아는 직업, 전망있는 직업 몇 개 분야로 구분되는 것은 생기없는 10대를 보는 것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입니다. 될 성 싶은 나무의 떡잎을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작은 가망성에 도전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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