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일 기아차 前 디자이너, 美교수로 명성
노스캐롤라이나대 동문회 선정 `올해 최우수 교수’ 돼
기아자동차의 전직 디자이너가 미국 디자인 학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진봉일(56) 교수가 그 주인공. 대학 측은 동문회가 주는 `올해 최우수 교수상’ 수상자로 진 교수가 선정됐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2004년 초빙교수로 임용된 지 4년 만에 정년이 없는 종신 교수로 발탁되는 등 2000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로 그야말로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2006년 `미국에서 존경받는 산업디자인 지도자 40인’에 뽑혔고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차체를 목재로만 만든 슈퍼자동차 `스플린터(splinter)’ 개발에 디자인 지도 교수로 참여해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만년 중위권이었던 이 학교 디자인스쿨은 진 교수의 열정에 힘입어 미국 내 순위가 10위권에 진입했다. 그가 지도한 학생들의 작품이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고 졸업생들이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데 따른 결과다.
올해만 해도 그의 수제자가 세계적 권위의 국제디자인공모전인 `iF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콘셉트 부문 1등을 수상하는 등 입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 또한 현역에서 은퇴한 지 17년이 흘렀지만 `장인’의 손길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에는 뉴욕 오토쇼와 함께 열린 세계교통안전심포지엄(WTSS)에 응모해 교수ㆍ학생 합동 출품작 부문 1, 2, 3등을 석권했고, 이에 앞서 정유회사 셸이 주관하는 태양광 등 친환경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인 `에코 마라톤’에선 1등을 차지했다. 같은 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보트디자인 공모전에선 2등을 했다.
이번 최우수 교수상 수상은 디자인스쿨을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의 쉼 없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게 학교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는 `실력’을 존중하는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기아차에서 7년, 대우차에서 4년을 디자이너로 몸담는 동안 숱한 히트작으로 이름을 날렸다.
기아차에서는 승합차인 베스타, 중형세단 캐피탈, 트럭인 라이노, 콘셉트카가 그의 손을 거친 제품이다.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으로부터 고위 임원급 연봉 등 파격적 제의를 받고 대우차 수석 디자이너로 옮겨간 뒤에는 고급 중대형 세단인 로얄슈퍼살롱과 아카디아, 국민차 티코와 르망의 후속 모델을 디자인했다.
그는 대우차를 떠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직장 동료들은 "부평 공장에 있던 디자인실을 대우전자 등 다른 계열사와 통합해 서울로 옮기고 자동차 디자인에 경력이 없는 사람이 책임자로 오니까 미련없이 사표를 던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유명대학 교수가 되려 했지만 디자인 관련 학과의 비합리적 임용 기준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거둔 실적과 평가가 연구논문보다 우선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그는 2008년 9월 금의환향했다. 한국에서 열린 국제디자인대학원 심포지엄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돼 `디자인 비전공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미국의 거리를 누비는 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을 보고 한때나마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제는 한국 자동차 디자이너 중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가 나올 날만 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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