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풍경소리 바람타고것을 먼저 알고 다른 이에 것도.....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100세도 넘기기 힘든 수명에 소문 없이 다가오는 노병사老病死를 여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다. 그러기에 항상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항상 배우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최고라고 고집하여 전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에겐 발전이 없는 것이다.
우리 승려들은 강원의 초입인 사미과沙彌科에서 승려들이 지켜야 되는 전반적인 예의와 질서, 수행하는 자세와 대중생활, 그리고 사회를 보는 눈을 공부시키는데, 제일 먼저 불경을 보고 난 다음에는 다른 종교나 사상들을 두루 섭렵하라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불교인으로서 자기가 알고 있는 종교만 오직 제일이라고 주장하는 고집에 빠지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남의 것이라고 하여 배타사상이 커지면 자기도 손해고 자기를 따르는 사람에게도 손해를 보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모르는 사람에겐 하나를 먼저 가르치고, 하나를 아는 사람에겐 둘을 가르치는 것처럼, 자기의 본분을 먼저 알고 다른 이의 것도 알아 간다면 편벽된 생각이 바로잡아진다는 의미에서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초보자들에게 그렇게 철저히 가르친 것 같다.
사람이란 솔직한 것이 좋다. 의식주와 이권에 끄달려 자기욕심으로만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겐 좋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나는 미국 사람들을 접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왜냐하면, 어떤 백화점이나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구입할 때 내가 찾는 물건이 없으면 미안하다고 하며 다른 가게를 소개시켜준다. 그것도 길을 자세히 가르쳐주고 약도까지 그려주기도 한다. 이런 것은 진짜 우리가 본받을 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화엄사의 사무관계 용품 때문에 스테플에 자주 들른다. 하루는 편지 겉봉에 찍는 화엄사 주소가 새겨진 스탬프가 벌써 10년을 넘게 썼기에 잉크를 사서 갈아 끼울려고 갔다.
그러나 스테플 종업원이 하는 말, 지금은 우리 절에서 쓰고 있는 스탬프는 구식이라서 잉크를 갈아 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새로 하나를 주문 하려하니 며칠 후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며칠 후에 하나를 주문하면 하나를 공짜로 해주니 그 때 돈도 아낄 겸 다시 오라는 이야기를 종업원이 자세히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나는 돌아오면서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해!”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저 손님 빼앗기기 싫어 손님이 찾는 물건이 자기 가게에는 없으나 옆 가게에 버젓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바르게 가르쳐 주지 않는 마음은 솔직하지 못하다.
물론 미국사람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가게를 소개시켜주는 그런 미덕이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불교에 입문하면서 부터 널리 배우라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다른 이의 하는 일들을 무조건 무시하며 나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너나없이 같은 하늘아래서 같이 호흡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모두 다 필요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산다면 평화로운 사회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Oct 27. 2011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