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국 뉴올리언스. 교도소 철장 안에 갇힌 죄수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물은 이제 턱밑까지 차올라간다. 교도소 안에 남은 인원은 죄수를 포함해 3명.
소방대원이나 부르자며 죄수를 외면하는 동료 경찰을 뒤로한 채 맥도나(니컬라스 케이지) 경위는 돌연 물로 뛰어든다. 그러나 살다 보면 선행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다.
선행의 대가로 허리를 크게 다치고 고통을 잊기 위해 약물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맥도나는 증거품으로 수집된 마약에 손을 대는 한편 마약 조직과도 모종의 거래를 시작한다.
’악질경찰’은 컬트영화로 유명한 아벨 페라라 감독의 원작(1992)을 바탕으로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새롭게 리메이크한 영화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과 함께 1960-70년대 뉴저먼 시네마운동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아귀레 신의 분노’(1972)나 ‘피츠카랄도’(1982) 같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광기를 밑바닥까지 파헤친 헤어초크 감독을 떠올린다면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한 작품이다. 냉정하던 그의 손길은 따뜻해졌고, 비극으로 치달을 것 같은 영화는 할리우드산답게 해피엔딩이다.
영화는 정의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범한 경찰이 마약에 의지하면서 악질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선행을 펼쳤다가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인물에 대한 감독의 동정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이 같은 맥도나에 대한 감독의 호의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져 극적 균형이 다소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특히 니컬러스 케이지는 오랜 부진을 털고 모처럼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다. 법의 집행자로서, 마약중독자로서 방황하는 맥도나의 갈등을 온몸을 이용해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영화는 캐릭터들의 큰 감정의 굴곡 없이 121분간 달려가지만,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기묘한 장면들, 속내를 알 수 없으면서도 좌충우돌하는 독특한 맥도나라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연상시킬 만큼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들이 영화에 풍성하다. 뱀, 악어, 도마뱀 등 다양한 파충류들이 스크린 속에 등장한다. ‘그리즐리맨’(2005)을 비롯한 헤어초크의 전작들이 친자연적이었던 점을 비춰보면 고개를 끄떡일 법한 대목이다.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11월10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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