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무수행 3년 차면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친이, 친박 균열 이후, 세종시 원안 수정을 놓고 보이기 시작한 이러한 현상은 무상급식 논란, 여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 그리고 여권 전체가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 대해 며칠 전 한나라당 소장 혁신파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를 비롯한 ‘대통령의 5대 쇄신’을 공식 촉구하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누수’는 원래 영어의 ‘Loss’ 즉 상실이라는 단어를 일본인들이 샐 누(漏)에, 물 수(水)로 원음과 비슷하게 음역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권력 누수현상은 대통령 중심제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법
률이 정한 권력을 ‘상실하여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집권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한 두 대통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5공 이후, 지난 23년간 5명의 대통령 전원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사람 즉 대통령직을 맡은 자연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상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생긴 폐단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직 임기가 전두환 대통령 이후‘정치적 흥정의 산물’로 단임 5년제가 되면서 생긴 폐해는 5년마다 대한민국을 국난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비용은 수치로 환산될 수 없을 정도다.
5년 단임제의 폐단을 짚어보면 우선 ‘한번만 하는 단임’이기 때문에 집권 후기로 가면서, 리더십이 이완되어 정책 및 인사 장악력이 약화되고, 책임의식이 희석 상실되며, 정책의 연속성, 일관성이 결여되게 된다.
다시 말하면, 3년만 지나면 퇴임 이후를 ‘준비’하여 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0년간 목도하였고, 후임자가 전임자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없다. 퇴임 이후 ‘준비’는 엄청난 비리, 부정으로 연결되었고, 연속성 없는 정책 특히 장기정책이 요구되는 대북정책은 국민을 좌, 우로 양분시켜 버렸다.
반면 대한민국은 23년간 이미 다섯번에 걸쳐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한 소중한 ‘자산’도 있다. 이제는 ‘1공’이 될 수도 없고, ‘3공’으로 돌아 갈 수도 없다. 세상은 바뀌었다. 사사오입으로 개헌하여 3선을 획책할 수도 없고, 총을 빼어 들고 정권을 탈취할 수도 없고, 유신헌법을 제정할 수도 없다.
군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수행하였고, 유신헌법을 제정하여 장기집권을 시도한 대통령의 딸을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대통령으로 선출하려는 다수의 유권자가 있을 만큼 국민들은 성숙하였다.
80~90년대 중남미 국가들은 내란에 가까운 정변에 시달렸다. 정권의 장기 독재화를 막기 위해 제정되었던 4년 단임제가 이런 폐단들을 보이면서 여러 중남미 나라들은 대통령 중임제로 점차 개헌하고 있다. 4~5년은 물리적으로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각 책임제였던 서독은 헬무트 콜에게 총리로 16년(1982~1998) 간, 한스 디트리히 겐셔에게 외상으로 18년(1974~1992) 동안 국가를 위해 봉직할 기회를 부여하여, 통일이라는 민족적, 역사적 대 과업을 달성케 하였다.
대통령 중심제이건, 내각 책임제이건 집권자가 책임지고 일관성 있게 일할 물리
적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5년은 물리적으로 너무 짧다. 1948년 신생 대한민국 헌법처럼, 대통령 중심제의 원조라고 할 미국처럼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실험’은 지난 23년으로 충분하다. 독일처럼 내각 책임제도 좋고, 미국처럼 대통령 중심제 중임제도 좋다. 이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비리와 부정을 줄이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는 길이다.
한태격/ 뉴욕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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