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향수병 때문에 단발머리소녀처럼 보고 싶은 얼굴은 왜 그리도 많은지 빛 바랜 옛 생각 때문에 괜히 눈물도 찔끔거린다. 나그네 인생이 많이 흘러갔는데, 그렇다고 조국에 땡전 한푼 두고 온 것 없는데도 이 향수병은 어김없이 찾아오니….
이민 온지가 올해로 꼭 36년이 지났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항상 마음은 전기 줄에 앉은 새 같아서, 밤에 마실 가서 곧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심정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마음의 개나리 봇짐을 내려놓기 시작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간 후였다. 아들, 딸이 결혼도 했고 이제는 나의 후손들 뿌리를 내려서 살아갈 땅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참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몇 달 전부터 데이빗 오가 필라 시의원으로 출마 했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나로서는 강 건너 불났다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선거 캠프는 어느 특정인만, 그리고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거 나흘 앞두고 친구가 미안한 목소리로 오늘저녁에 가야에서 7시에 데이빗 오를 위한 저녁모임이 있다고 했다. 친구 부탁을 듣고, "그래 한번 가주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가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저녁모임이었다. 내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똘똘 뭉쳐서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 후손들이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돌아보니 흑인 대통령이 나온 후에 흑인들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가 있는가? 나는 육 남매 중에 막내라서 어릴 때는 꽤나 극성스러운 여자아이였다. 동네친구는 거의 남자들이고, 그들과 함께 잣대치기, 연날리기, 말 타기, 닭싸움,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등이었다. 내가 철없는 남자들이랑 같이 싸우고 놀 수 있었던 것은 위로 오빠와 언니들이 많이 있었기에 나를 얕 잡아보고 때릴 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교민들이여! 이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에만 만족하시지 말고 한 분 한 분 모두가 우리 데이빗 오 같은 후세들에게 엄마가 되고 아버지가 되고 친구가 되고 그리고 형제자매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사실 나는 데이빗 하고는 개인적으로 인사나 한번 나눈 늙은 이민 일세 할머니일 뿐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후대를 위하여 보듬어 주고 원동력이 되어주는 역할은 우리 일 세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인종교단체가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이제는 좀 더 성의 있게, 힘 있게 , 적극적으로 앞에서 땅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고을에 원님의 생신잔치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이 모두 초청이 되었다. 단, 조건은 집집마다 소주 한 병을 가져와서 준비해 놓은 큰 항아리에 소주를 함께 부어 잔치가 시작할 때 나누어 마시는 것이었다. 잔치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소주를 가져와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이 가져온 소주를 마셔보니 모두 맹물이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 하나쯤이야 " 하고 생각한 것이다.
투표 후 결과를 들었는데 현재로서는 데이빗 오가 유리하다고 한다.
부재자 투표수를 한 개 한 개 재검토하기까지는 2~3주가 걸려야 한다는데 그 동안에 변호사비용이며 또 여러 가지 물질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십시일반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남은 시간에 데이빗 오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교민의 역할이고 부담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교민들 모두 건강하시고 힘내셨으면 한다. 그리고 친구여 나를 잠깐이나마 생각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고, 가 준 것이 아니고 참석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친구여!! 힘내!!
김영란(가명, 필라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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