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ㆍ타코마 한인회장 사태로 우려 목소리 커져
특정인 위주 운영방식 탈피, 재정 투명성 확보 시급
최근 시애틀과 타코마의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사태와 관련해 서북미 한인사회가 커뮤니티로서의 자정능력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민 역사가 긴 중국과 일본 커뮤니티의 경우 어떤 문제가 도출될 경우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며 정상적인 해결의 길을 모색하지만 한인 커뮤니티는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두 집단간에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특정인들이 안하무인 격으로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한 그룹의 전면에 나설 경우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이 극단으로 치달아 파국으로 몰아간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시애틀 한인회장 선거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회장 한원섭)가 서용환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당선 공고하고, 후보등록 문제를 놓고 선관위와 정면 충돌했던 정정이씨측이 결국 출마를 포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듯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야기된 갈등과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시애틀한인회가 분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인회를 비롯한 각종 한인단체에 대한 일반 한인들의 혐오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애틀지역 올드타이머인 L씨는 “이번 한인회장 선거 사태들을 보면서 평생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곳은 카지노와 한인회라는 우스갯소리가 사실로 와 닿는다”고 개탄했다.
타코마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선관위(위원장 김옥순)와 마혜화 현 회장간의 갈등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해결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년 전인 2009년 오리건 한인회장 선거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었다.
한인회가 선거와 관련해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는 것은 1차적으로 당사자들이 감투를 둘러싸고 분열과 갈등과 이합집산을 일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열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재정의 불투명성이 도사리고 있다. 회장이나 사무총장 등 특정인 위주로 단체가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서 얻어지는 적당한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뺏기지 않으려는 측과 뺏으려는 측의 갈등이 결국엔 분출되는 셈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한국 참정권이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새로운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고, 이미 정착한 한인들의 건강ㆍ자녀교육ㆍ가정ㆍ취업 등을 지원하며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실질적인 봉사기관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저버리고 한국 정치 등에 곁눈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완 시애틀총영사는 최근 본보와 인터뷰에서 “시애틀지역 한인단체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 같다”고 점잖게 표현하면서 “동포 단체들이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총영사의 분석대로 서북미 한인사회가 20만명에 가까운 인구 증가로 인해‘우물 안 개구리식’단체의 한계에서 벗어날 때가 됐으며, 더욱이 참정권 시행으로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단체도 분리될 소지도 없지 않아 한인단체들의 건설적인 발전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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