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으로 총격살해와 자살로 결말을 맞는 한인 가정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 LA 한인 부부의 총격 살해 및 자살사건(본보 11월28일 보도)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28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40대 한인 남성이 동거녀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에 앞서 시애틀에서는 60대 한인남녀 동반자살(본보 11월24일 보도), 시애틀 인근 벨뷰 한인 공인회계사 총격피살사건(본보 11월18일 보도)이 터졌다. 연속적으로 터지는 한인가정의 참극을 계기로 한인 가정의 부부갈등 문제를 긴급 진단한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참극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부간 대화와 상호존중이 가장 중요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복되는 극단적 행동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8일 발생한 사건은 한인 남성 노모(40)씨가 동거녀 김모(33)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혼문제로 불화를 겪다 부인 양옥화(55)씨를 총격살해하고 자살한 LA 진원달(52)씨 가정의 참극에 이어 이번 알래스카 사건, 시애틀 인근 어번에서 침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한인 이모(64)씨와 거실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동거여성 김모(65)씨 사건은 반복되는 한인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에 앞서 발생한 시애틀 한인 CPA 총격 살해 사건도 부부문제가 발단이 됐다.
지난 2005년 이후 미주 한인사회에 발생한 부부 또는 가족 동반자살 등 존속살해 사건만 무려 20여건에 달한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 부부나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참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한인들이 문제해결에 서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인 부부들은 부부간 갈등을 창피해 하며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분노가 극단적으로 폭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한인복지센터 조지영 사무총장은 “요즘 경제적인 요인과 맞물려 부부갈등 심화와 함께 신체적 가정폭력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진수정 카운슬러는 “한인 남성의 경우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다 속으로 곪을 대로 곪았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한인 부부의 미숙한 문제해결 방식을 지적했다.
■늘어나는 부부갈등, 대응은 미숙
전문가들은 한인 가정의 대화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대화 없는 부부는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면의 상처가 곪아간다는 것이다.
2010년 워싱턴 가정상담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담건수 1168건 중 절반이 부부갈등, 가정폭력, 가족갈등, 이혼, 외도 등 배우자와 갈등을 호소하는 가정문제 상담이었다.
진수정 카운슬러는 “한인들은 술을 통해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회피하고 문제를 숨기며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때가 많다”며 부부갈등을 극단으로 몰아가지 말고 전문가 등 제 3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센터 조지영 사무총장 역시 “가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배우자, 자녀와 함께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자세가 더 큰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호 존중 속 이별자세도 중요
원만한 부부생활과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평소 ‘분노 조절’도 중요하다. 감정과 이성을 잘 조절해 냉철한 사고방식을 기르는 준비자세가 필요한 것.
가정상담소 카운슬러 이규성 박사는 “이민역사가 짧은 한인가정은 경제와 생활면에서 불안정할 때가 많다”며 “평소에 분노조절 훈련을 통해 극단으로 치닫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원만한 이별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갈등은 결코 분노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정상담소는 내년 봄 ‘행복한 가정 교실’ 세미나를 마련한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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