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민 온 사람에게 “이게 미국 부동산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요” 라면서 말해준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 필자는 다음의 9가지를 들겠다. 오늘은 그 중 5가지를 보고 나머지 4가지는 다음 주에 계속하여 본다.
첫째, 부동산은 안정된 주거 생활의 요체요, 부의 주된 축적 수단이요, 수입의 주요 원천이다. 부동산 보유, 특히 내 집 마련은 대다수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한 축이다. 정부도 시민들로 하여금 이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한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주택 융자 지원, 소득 공제, 양도세(capital gains tax) 면세 정책이 있다. 주택 융자는 가급적 낮은 이자로 제공되도록 하고, 저축이 충분치 않거나 크레딧이 덜 좋은 사람도 정부보증 제도를 통해 융자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택 융자금에 대한 이자와 재산세는 소득세 과세 시 소득 공제 대상이다. 집을 사서 살다 팔아 양도 차익이 생겨도 부부는 50만 불까지, 독신은 25만 불까지 면세를 해준다.
둘째, 부동산 거래의 지배 요소는 융자다. 부동산 구입자는 거의 모두가 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융자로 충당한다. 돈이 부족하여 융자를 얻어야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융자 이자에 대해 소득 공제를 해주므로 자기 자본이 있더라도 융자를 얻는 것이 세제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대다수 부동산 거래에 융자가 개입되므로, 융자가 안 나오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융자가 지배 요소이다. 나아가, 융자를 얻으려면 돈을 내주는 은행이 요구하는 각종 검사, 확인 및 안전 장치 구비의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데, 여기에는 돈도 제법 많이 들고, 시간도 들지만 이를 피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도 융자가 지배 요소이다. 은행이 원하는 대로 해야 된다는 말이다.
셋째, 부동산의 거래 및 이용에 정부의 개입이 광범하고 철저하다. 모든 토지와 건물에 대해 지방 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놓고 있고 일단 지정된 용도는 변경이 매우 어렵다. 부동산 거래 시에는 대부분의 지방 정부가 안전성을 중심으로 검사를 한다. 검사에서 지적되는 사항은 시정해야 거래의 조건인 사용 허가를 내준다. 건물 및 부대 시설의 신축은 물론 사소한 증,개축까지 모든 공사는 지방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사 후에는 준공 검사를 실시한다. 그 외에 특정 부동산이 관리 부실로 주변 경관을 해하거나 주민의 안전 위해 요소가 될 때는 관리 의무 이행을 명령하기도 한다. 주 정부와 카운티 정부도 상하수도, 환경, 도로 등에 관하여 허가와 준공 검사를 담당한다. 시민들의 고발 정신이 투철하여 정부의 허가 없는 공사와 토지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방 정부도 차별 금지의 차원에서 부동산의 거래 및 이용에 개입한다.
넷째, 부동산은 지방마다 사정과 상황이 다른 로컬 마켓(local market)이다. 나라가 원체 크고 다양해서 전국적으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여간 해서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값이 떨어져도 다른 곳에서는 값이 여전히 올라가는 곳이 미국이다. 같은 지방에서도 타운마다, 동네마다, 시장 상황이 다 다르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에도 학군이 좋은 곳과 재산세가 낮은 곳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다. 2007년도 이래 부동산 침체를 겪으면서 어떤 동네에서는 4-5년간 집 값이 30% 내지 40% 떨어졌지만 바로 옆 동네에서는 5% 내지 10%만 낮아진 상태에 있는 것이 미국의 부동산이다. 요컨대, 부동산을 말하면서, 미국은 어떻다면서요? 라는 것은 대개 통하지 않는다.
다섯째, 부동산은 특별한 결함이 없는 상태로 팔아야 한다. 특히 주택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상태, 가치 유지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로 팔아야 한다. 집 주인이 아는 한 결함이 있으면 그렇다고 밝혀서 사는 사람이 이를 알고 구입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결함이 있다고 모두 고쳐서 팔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가 있는 것을 감추거나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어도 현 상태(as is) 그대로 팔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러나 있는 문제를 감추거나 속이고 팔면, 판 사람이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을 때 집 주인은 매도자의 부동산 기술서(seller’s property disclosure)라는 서류를 양식에 따라 작성하여 매입 희망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매물에 대해 각 분야별로 과거에 문제가 있었거나, 현재 문제가 있는 것을 사실대로 밝히도록 고안된 서식이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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