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도둑은 현금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하는 것같다. 한달 전 아이가 핸드백 안에 든 셀폰을 도둑맞았다. 현금이 든 지갑은 그대로 두고 애플 아이폰만 쏙 빼갖고 갔다. 이럴 경우 가장 겁이 나는 것은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온라인 사기이다. 집 근처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하니 워낙 아이폰 도난이 흔하다보니 도둑 축에도 안 끼는지 별 성의 없이 접수를 받았다고 했다.
하루라도 셀폰 없으면 안 되는 아이는 바로 그 날, 애플 매장을 비롯 아이 폰을 파는 모든 매장에 연락을 해도 아이폰 4S가 없어 우편주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애플의 아이폰 4S는 스티브 잡스의 유작으로 지난 10월 14일 출소되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젊은층에게 인기 최고이다.
며칠 기다리지 않으려면 맨해턴 5애비뉴 애플 매장에 직접 가야 했는데 이것조차 전날 약속을 해야 했고 저녁 9시부터 예약 주문을 받았다. 주문 개시 10분 만에 사려던 최신 기종이 다 나가버렸고 결국 원래 것보다 내장 메모리가 2배 이상의 것을 비싼 가격으로 사야 했다. 현재 미국인 4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웍 시스템(SNS)이 모든 사람들의 실생활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요즘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에 가보면 고개 숙인 남자, 고개 숙인 여자가 많다. 밥을 먹다가도 띵 하고 메시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얼른 수저를 놓고 고개 숙인 채 재빨리 손가락이 움직인다. 단체 행사에 가보면 무대 앞에서는 강연이 한창이라도 상관없다.
앞에서는 진행이 되거나 말거나 눈은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답장을 보낸다. 한글 자판이 있다 보니 한국의 친구와도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만났다면 바로 앞에 앉은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텐데 멀리 있는 사람과의 소통에 정신이 없다.
스마트폰에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뜨다보니 멀쩡한 날씨도 수시로 알아본다. 등산이나 낚시광이 아니고 골프를 나갈 것도 아니면서 내일, 모레, 일주일 날씨를 체크하고 심지어 자신이 다녀온 파리나 로마의 날씨까지 체크해 본다. 이래저래 어른들의 장난감이 된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다양한 편리와 재미를 주지만 때로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게 한다. 나와 같이 밥 먹는 상대가 아이일 경우 “식사 중에 셀폰 쓰지 마, 정신 산란해”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 그렇지’ 하고 번번이 포기한다. 상대방이 어른인 경우 ‘왜 만나자고 했지? 이메일 하면 되지’ 싶어 서운한 감정까지 든다.
“이게 뭐지? 무슨 의미지?” 뭔가 알쏭달쏭, 생각 날 듯 말 듯 한 단어를 보고 무언가 유추해 내려 하면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대뜸 “찾아볼게” 하는 말이 날아옴과 동시에 재빨리 그에 대한 정보를 좌르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액정에 띄워낸다. 굳이 인간의 뇌에 기대어 기억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다 해결해 준다.
과거에는 산책하면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사색이나 명상의 세계에 잠겼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저 온 세상이 손바닥 위에 놓인 자그마한 스마트폰에 담겨 있는 냥 잔뜩 고개를 숙인 채 바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이러다가 모든 사람들이 거북목처럼 목이 앞으로 쑥 나오고 등 근육이 구부러져 병원마다 근육 불균형 환자가 넘치는 것은 아닐까? 교정치료를 하면 근육 통증이야 다스릴 수 있겠지만 인간이 점차 생각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점은 실로 걱정이다.
넘치는 정보는 깊이 있는 사고를 멀리 하게 하고 효율성과 속도가 우선인 시대가 되었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란 조각은 정말이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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