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는 그간 나온 한국영화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올해의 기대작이다.
’놈놈놈’(180억원)의 제작비를 가뿐히 뛰어넘는 한국 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들었다. 순제작비만 280억원, 마케팅비용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오다기리 조가 "큰 규모의 영화여서 출연하기 싫었다"고 말했을 정도의 대작이다.
13일 시사를 통해 공개된 ‘마이웨이’는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영화답게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전장에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포탄과 물밀듯이 밀려오는 탱크, 하늘을 뒤덮은 비행기 행렬이 이어졌다.
앞으로 이런 돈 냄새 나는 한국 전쟁영화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규모는 웅대했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약점도 상당했다. 자신 있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기에 머뭇거려지는 이유다.
도쿄에서 할아버지가 사는 경성으로 이사를 온 타츠오(오다기리 조). 도쿄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타츠오는 집안일을 돕는 집사의 아들 준식(장동건)과 달리기 시합을 벌인다.
간발의 차이로 준식을 제쳤지만, 조선의 ‘철각’ 준식은 각종 대회에서 타츠오와 박빙의 승부를 보인다. 애써 무시하지만 준식의 존재를 껄끄럽게 느끼던 타츠오는 준식 아버지의 실수로 할아버지까지 잃으면서 준식과 척을 진다.
’마이웨이’는 일제강점기와 제2차 세계대전 등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인물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145분간 서울에서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남짓한 시간에 담기에는 이야기가 조금 거창했다.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그리고 독일군으로 변신하는 타츠오와 준식의 외양은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을 깊이 있게까지 들여다보기에는 역부족인 시간이었다.
원수였던 타츠오와 준식이 문경지교(刎頸之交)로까지 발전하는 전개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나누는 우정의 조각들은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을 수는 있지만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초토화한 유럽의 진지를 보여주는 미장센(화면구도)은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안제이 바이다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그만큼 공들였고, 보기에도 훌륭하다.
전쟁 장면을 세공한 실력도 수준급이다. 앞으로 이런 규모의 전쟁장면이 등장하는 한국영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평면적인 이야기와 멋진 영상이 결합할 때, 영상의 힘이 얼마나 허약해질 수 있는지 이 영화는 방증한다. 관객을 오랫동안 좌석에 붙잡아 두기에는 이야기의 동력이 부족하다. 에피소드가 나열식인데다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총체성도 부족한 듯 보인다. 영화의 장면 전환은 대단히 빠르지만 반대로 이야기의 전환은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삼은(소재로는 낡은) 이 영화가 도대체 2011년 현재와 어떤 의미를 맺고 있는지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무시무시한 전쟁장면과 함께 장동건이나 오다기리 조, 김인권, 판빙빙(范氷氷) 등 동아시아 삼국의 유명 배우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오다기리 조와 장동건은 제 몫을 했으며 판빙빙은 분량이 너무 적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인물 가운데는 종대 역을 맡은 김인권의 캐릭터가 가장 흥미롭다. 삶의 회오리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점점 악질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이지만 준식에 대해서만은 순정을 지키는 캐릭터다.
’쉬리’(1998)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 대작을 주로 만든 강제규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2월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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