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山形)에서 디너쇼를 하고 도쿄(東京)로 이동하던 중 기차 안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들었어요. 깜짝 놀랐죠.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얼마 전 TV에서 현지 지도 하시는 모습을 보고 건강을 회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수 김연자(52)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대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연자는 2001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 남한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한 공연 무대에 오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당시 함흥 지역을 시찰 중이던 김 위원장을 위한 특별 공연도 열었으며, 공연을 전후해 김 위원장과 환담하기도 했다.
오는 28-29일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열리는 송년 디너쇼를 위해 이날 밤 일본에서 입국한 김연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섬세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좋은 분이라 가수인 제 앞에서는 정치 얘기는 안 하셨다"며 생전의 김 위원장을 회상했다.
"2001년 평양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고 있는데 높으신 분이 와서 ‘공연을 하러 가야 하니 무거운 짐은 호텔에 놓고 악기랑 의상을 챙기라’고 하시더군요. 부랴부랴 침을 챙겨 특급 열차에 올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더군요. 저희를 부르기 위해 열차를 보내신 거에요."
김 위원장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두렵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일단 놀랐죠. 워낙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근데 사실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섰어요. 김 위원장을 꼭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뵙고 싶었던 분을 실제로 볼 수 있다니 황홀했죠."
김연자 일행은 공연을 전후해 김 위원장과 대화도 나눴다.
"TV에서만 보던 분이 눈앞에 있으니 굉장히 신기했어요. ‘잘 왔다’며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고 악수도 먼저 청해 주시는 등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무섭지는 않았어요. 제 노래 테이프를 선물 받아 즐겨 듣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김연자는 "사실 김 위원장은 제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근데 남편이 우리말을 하나도 못하는 걸 보곤 깜짝 놀라며 ‘우리나라 사람이 왜 우리말을 못하냐’고 야단을 치시더라"며 웃은 뒤 "조선 사람이지만 일본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장 통역을 불러주셨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했다.
"정치 얘기는 전혀 안했어요. 음악 이야기만 했죠. 음악에 굉장히 조예가 깊으신 분이더군요. 5천석 규모의 4.15 공연장을 직접 설계하셨다고 들었어요. 가야금 같은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를 접목한 악기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해주셨죠."
김 위원장은 김연자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일본에서 성공한 걸 높게 평가하시더군요. 타국에서 성공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려운 조건에서도 큰일을 해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또 우리(북한) 노래 중에서도 좋은 곡이 많으니 일본에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도 하셨죠."
김연자는 "함흥 공연 당시 김 위원장은 환갑이었다. 그래서 나와 일본인 합창단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드렸더니 굉장히 부끄러워하더라"고 소개했다.
"근데 노래를 영어로 불러서인지 순간적으로 약간 애매한 표정 같은 게 보였어요. 일본인 합창단이랑 함께 부르기에는 영어가 더 나은 것 같아 그렇게 한건데…. 하지만 별말씀은 없으시더군요."
김연자 일행은 함흥 공연에서 ‘반갑습니다’ 등 북한 노래 6곡 포함, 총 20여곡을 불렀고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간부 500여명은 박수로 화답했다고 한다.
"북한 노래도 그냥 부른 게 아니라 저희가 새로 편곡을 해서 불렀어요. 그걸 들은 김 위원장이 우리 노래인데도 다른 느낌이 난다며 좋아하시더군요."
김연자는 함흥 공연 1년 후인 2002년 4월 ‘제20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참가를 위해 다시 한번 평양을 방문했으며, 이때 김 위원장에게 "다음에는 지방에서도 공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 약속을 못 지켜 정말 죄송해요. 혹시 나중에라도 북한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어 불러주신다면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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