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인은행권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됐던 존폐의 악몽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은행의 발목을 잡았던 부실대출로부터 어느 정도 탈출했기 때문이다. 한인은행의 주력 상품인 SBA 융자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함으로써 미국내 최대 한인은행으로 탄생했고, 뉴욕에서는 8번째 한인은행인 노아은행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한인은행 건전성 향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아 최종 판단은 어렵지만 한인 금융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안도에 가깝다. 대부분 은행들의 부실대출 문제가 크게 개선됐고, 순익도 높아졌다. 올한해동안 실적보다는 ‘안전’에 매달린 결과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뉴욕 일원 7개 한인은행들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상장은행인 나라와 윌셔은행은 각각 873만, 1,019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신한과 우리, BNB, 뱅크아시아나, 뉴뱅크 등도 200-500만달러에 달하는 순익을 보여 흑자 행진을 계속했다. 올해 출범한 노아은행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반면 지난해 한인은행들을 옥죄었던 부실 대출도 올해는 크게 감소했다.
올해 한인은행의 부실대출은 1억8,960만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7,555만달러보다 32%나 감소한 것이다. 이 부실대출은 90일 이상 연체돼 무수익 여신(nonaccural loan)으로 분류된 것을 말한다.또 회수 가능성이 없어 손실처리(charge-off)한 대출금액은 1억1,94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5,858만달러보다 24.6%나 줄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인은행에 큰 부담을 안겨줬던 부실대출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한인은행들이 부실대출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provision for loan)도 43% 감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이 한인은행들의 ‘지나친 몸사리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엄격해진 대출 심사와 경비 절감 등 최대한 안전하게 은행 경영을 한 결과라는 것.그 결과 한인은행들의 자산과 예금, 대출은 대부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었다.한인은행의 총 자산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예금은 7.9%, 대출도 9.7% 줄어들었다. 그동안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해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인은행들이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온 탓이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장기화된 불경기로 은행들이 예금이나 대출을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는 안전한 경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도 경기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이같은 내실 경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은행의 주력 상품인 SBA 실적은 올해도 꾸준하게 성장했다.
연방중소기업청(SBA)의 2011 회계연도(2010년10월1일-2011년9월30일)에 따르면 한인은행들의 뉴욕과 뉴저지지역 SBA7(a) 실적은 총 369건, 2억9,175만달러를 기록했다. 건수로는 전년도와 비슷하지만 총액에서 60% 늘었다. 뱅크아시아나의 제임스 류 부행장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부가 보증하는 SBA 융자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대부분 향상됐다”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가 올해초 3%대의 SBA 융자 수수료를 면제한 것도 한 몫했다.
■인수합병으로 지각 변동
올한해동안 한인은행들의 인수 합병(M&A) 소식은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은 지난 12월1일 ‘BBCN 은행’으로 출범했다. BBCN은행은 자산 규모 53억달러, 미전역에 44개 지점, 직원 696명을 보유하는 미주지역 최대 한인은행으로 재탄생했다.
BBCN은행의 김규성 동부총괄 전무는 “뉴욕 지역에는 나라은행 지점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반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한국 우리금융지주의 한미은행 인수건은 지난 7월 최종 무산됐다. 미국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등급이 기준에 못미친다며 인수합병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은행들은 미주 한인은행 인수 및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의 KB 국민은행이 미국 한인은행 인수나 합작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하나금융지주도 한인은행 인수 계획을 재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LA 한인은행인 커먼웰스 비즈니스 은행의 지분 매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연방 금융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1년여만에 이를 해지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등 한국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이미 미국에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주 한인은행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수하기에도 좋은 시기인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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