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새해 미국과 전세계는 물론 한인들에게도 화두는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가 되고 있다. 유럽 경기침체가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고 미국 경기의 각종 지표가 혼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한 해 경제 전망도 각기 다른 견해들이 쏟아지고 있다.
본보는 올해도 역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현재 처한 한인 경제현장을 추적해보고 경제 전망을 가늠하기 위해 시애틀지역 경제전문가와 한인 업종 대표 8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폴 사바도 PI뱅크 임시 행장ㆍ이창열 유니뱅크 행장ㆍ서영기 WA한인상공회의소 회장ㆍ이희정 WA 한인여성부동산협회 회장ㆍ김선재 한인그로서리협회(KAGRO) 회장ㆍ한 순 WA 한인세탁협회 회장ㆍ신진호 WA 한인호텔협회 회장ㆍ토니 장 퀸텟모기지 대표 등에 대한 인터뷰를 좌담 형식으로 엮었다. <편집자 주>
세탁소 매출 35% 이상 줄었다(제목)
Q:4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한인 경제의 현주소는?
한 회장(세탁협회): 한인 자영업종 대부분이 힘겨운 고비를 넘어가고 있지만 불황의 대표적인‘직접 피해 업종’은 세탁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불황 전에 한 주에 두 번 세탁물을 맡기던 손님이 이젠 두 주에 한번 맡기고 있다. 미국인들은 한번 입으면 세탁을 하는 게 일종의 의복문화인데 꼬질꼬질한 세탁물을 들고오는 손님들을 보며 여전히 불경기가 심각함을 체감한다. 불황으로 문을 닫은 업소가 늘면서 워싱턴주 전체 세탁소 숫자는 어림잡아 500여개가 되는데 이 가운데 90% 정도인 450여개가 한인업소들이다. 지역적으로 편차는 있지만 전체 한인 회원들의 평균 매출이 불황 이전에 비해 35%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그로서리협회): 상대적으로 불황을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인 그로서리 업소들도 역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KAGRO의 올해 화두는 단연 ‘하드리커 판매 민영화’를 위한 주민발의안 I-1183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장 면적이 1만 평방피트 이상인 대형 그로서리 업체들만 하드리커를 판매할 수 있도록 돼있어, 한인 그로서리들은 와인이나 맥주 고객까지 코스트코 등에 뺏기게 돼있다. 오는 6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당장 그로서리들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그로서리업소의 매출이 많이 줄어 회원들이 고전하고 있다. 그로서리는 술 만 아니라 담배도 매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자가 늘어나고 있어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서 회장(상공회의소): 5년째 접어들고 있는 불황에 한인업소들도 예외일 수는 없으며, 특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모든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 업종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한번의 정리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2008~2009년도와 같은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호텔 등은 금융에 대한 위험요소가 상대적으로 크다. 그로서리, 세탁소, 식당 등도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전략과 서비스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불황에 적응된 소비패턴에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업환경이 올해 개선될 전망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한인 부동산인 숫자 1/3 줄었다(제목)
Q:부동산과 융자 시장 형편은 어떤지요.
이 회장(여성부동산협회): 전후최악의 미국 불황을 촉발시켰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사태의 여파 등으로 경기침체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 부동산업이다. 현재 한인여성부동산협회 회원들은 대부분 ‘서바이벌 모드’의 버티기 작전으로 경기가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 부동산인의 숫자가 1/3가량 줄었고, 현재 부동산 간판을 내고 있는 회원들도 광고비를 줄이고, 평소 취급하지 않았던 임대 물건이나 저가 매물도 취급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주택 가격은 이미 최저점,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사상 최저인 모기지 이자율 등으로 바이어들이 조금씩 움직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 대표(퀸텟 모기지): 아시다시피 융자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융자업은 불황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애틀지역에서는 은행 등에서 론 오피서로 활동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 한인 융자업체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다. 퀸텟을 포함해 남아 있는 한인 융자업체들도 힘들게 버티고 있다. 현재 융자시장에서는 사상 최저인 모기지 이자율 등으로 주택을 새로 구입하는 신규 융자보다는 저렴한 이자율로 바꿔 타는 재융자가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호텔은 크루즈와 캐나다 특수 재미‘쏠쏠’(제목)
Q:호텔과 모텔 업종의 영업 상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하던데….
신 회장(호텔협회): 호텔업종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불황이 닥치면 소비자들이 1차적으로 여행을 자제하면서 호텔업이 힘겨운 시기를 겪어왔고 대출금 상환을 못해 문을 닫은 곳도 없지 않지만 지난해 다소 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지역 호텔은 크루즈 경기의 호황으로, 벨링햄 지역 호텔들은 캐나다 달러 강세 영향으로 비교적 재미를 봤다. 회원 전체적으로도 2010년보다 지난해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소식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고용ㆍ주택문제 회복 조짐 안보인다(제목)
-미국의 전체적 경제상황은 어떤가요?
사바도 행장(PI뱅크): 최근 미국 경제는 2011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2.0%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다시 강화하고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완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소비부진의 장기화,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능력 여력 축소에다 유럽 재정 위기가 등이 상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상반기에 1%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다 하반기에 3%대로 상승해 전체적으로 2% 초반의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민간소비는 경기부진 및 고실업률 지속에 따라 가계 디레버리지(부채축소) 지속, 절약형 소비패턴 확산 등으로 크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고용시장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주택시장도 차압 물건이 계속 쏟아질 것으로 보여 올해 주택시장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행장(유니뱅크): 미국 정부가 2년간 금리 동결을 했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경기가 더욱 나빠지거나 급격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변동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불황 이후 힘들었던 경기 상황이 2012년에도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 한인들이 부동산을 자산축적의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기에 이번 부동산시장 붕괴로 많은 한인이 고통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근본적으로 후행시장이므로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야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경기회복이 요원하고 그 전망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를 서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시장의 하락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제전문가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서 회장: 현재 불황의 중간에 있기는 하지만 워싱턴주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보잉이 지난해부터 올해 중반까지 약 7,000명을 신규 고용하고, 역시 워싱턴주의 양대 지주인 IT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신규 투자와 고용이 이뤄지고 있어 워싱턴주의 경우는 전국 평균보다는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점쳐진다. 고용이 확대되어 그 영향이 부동산을 거쳐 전반적인 신뢰도회복으로 이어져야 경기 회복이 모든 사람에게 피부로 느껴질 것인데 올해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경제 복병이 되겠지만 대체로 대부분 서민들이 회복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완만한 회복세가 올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리=황양준ㆍ이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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