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금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집을 내놓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기대 속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집을 사려는 사람은 또 어떤가? 이런 질문들을 앞에 놓고 오늘은 금년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본다.
금년도 부동산 시장은 정중동(靜中動)의 양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는 특기할만한 큰 변화 없이 거래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리라는 뜻이다. “큰 변화 없이”는 두 가지 현상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첫째는 부동산 가격에 별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값이 크게 내리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눈에 띄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둘째는 거래량에도 별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작년에 비해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식기 시작한 2006년 말부터 집 값은 매년 큰 폭으로 내렸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등지의 여러 도시를 포함하여 거품이 특히 심했던 곳에서는 한 해 20% 이상 폭락한 곳도 있었다. 지역 경제가 활발하여 인구가 늘어난 일부 지역에서는 집 값이 오히려 오르는 예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집 값은 큰 폭의 하락이 대세였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도 지난 5년 여간 곳에 따라 적게는 10여 퍼센트, 많게는 3,40 퍼센트까지 집 값이 내렸다. 그런데 이제 그런 하락세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혹 더 떨어진다 해도 대지진 후의 여진처럼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 될 것이다.
값이 크게 내리는 것은 집을 살 사람에 비해 팔 사람이 훨씬 많은 상태, 어떤 값에든 팔리기만 하면 팔겠다는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차압 물건을 떠 안은 은행, 실직과 사업 부진 등으로 주택 융자금을 갚을 수 없어 숏세일에 나선 집 주인, 건강상 이유로 거주 형태를 꼭 바꿔야 하는 노약자, 유산으로 받은 집을 처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사람 등이 그런 상황에 있었던 대표적인 경우이다. 물론 그런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그 빈도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국가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고용 상황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되고, 모기지 채권 은행들이 차압보다는 적극적인 융자 조정으로 연체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면서 차압과 숏세일 등의 비정상 매물은 줄어들 것이다. 비정상 매물이 줄어 드는 반면, 고용 안정과 낮은 모기지 이자율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주택 가격은 금년 중 크게 오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한의 수요가 유지될 것인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모기지 이자율에 달려 있다. 국가적인 경기와 고용 상태는 약하나마 이미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모기지 이자율만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떠받쳐 주리라고 보는 것이다. 바닥 수준의 집 값과 낮은 모기지 이자율에 힘입어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미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소득과 고용에 대한 자신감이 적어 부득이 렌트를 택했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제 고용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마당에 그 동안 많이 늘어난 렌트 비용을 고려할 때, 내 집 장만의 길을 택하는 예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연말연시를 지나면서도 주택 시장에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집을 살 마음이 있는 사람은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서 뜻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으로도 최소한 2,3년 간은 집 값이 별로 오르지 않을 것이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이율의 모기지가 언제까지 가능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 그리고 지금은 재고가 많아 집을 골라서 살 수 있는 여지가 많으므로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너도나도 집을 사러 나서고, 집을 팔려는 사람도 여건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작정하게 되면, 위치나 상태 면에서 정말 좋은 집을 골라 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앞으로 3,4년 더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좀더 좋은 값을 기대하면서 뒤로 미룰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당분간은 집 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오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재고가 많기 때문이다. 집 값이 안정되면 내놓겠다고 기다려온 사람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이 재고와 잠재 매물까지 소화가 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다. 값이 크게 오를 때까지 한참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선택의 여지 또한 그만큼 적다 할 것이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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