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개봉..’페이스메이커’서 주인공 주만호 역
’불멸의 이순신’(2004), ‘하얀거탑’(2007),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등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한 흥행 배우 김명민.
그러나 영화에서의 성적은 데뷔 후 한동안 신통치 않았다. 멜로물 ‘내 사랑 내 곁에’(2009)가 간신히 200만 관객을 넘었지만 ‘무방비도시’(2008.163만명), ‘파괴된 사나이’(2010.103만명)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홈런은 영화 데뷔작 ‘소름’(2001)이 나온 지 11년 만에 나왔다. 지난해 설연휴에 개봉했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 478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배우’ 김명민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김명민이 또 한차례 흥행 홈런에 도전한다. 설 연휴인 오는 19일에 개봉하는 ‘페이스메이커’를 들고서다. 만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았던 마라톤 국가대표 주만호가 42.195㎞에 이르는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났다.
촬영하면서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는 족히 달렸다고 한다. 한 테이크에 800m 이상씩은 뛰었다. 차라리 한 호흡에 뛰는 거라면 편했겠지만 조명, 기술 등 현장 상황에 따라 "뛰었다 쉬었다"를 반복해야 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한다.
"촬영 중간에 식사시간이라도 걸리면 정말 미쳐버리죠. 저는 식사도 못 합니다. 밥 먹고 뛰면 옆구리가 아파서 뛰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런 세밀한 조절
이 어려웠습니다."
레이스 막판에 접어든 선수의 표정을 유지하는 건 더욱 힘들었다. 그는 "뛰어서 그런 표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침 7시 촬영이면 5시30분에 나와서 뜀박질을 했다.
이런 강행군은 뻔히 예상되는 진로였다.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살리는 건 배우의 책임"이라는 지론을 가진 그다. 마라톤 연기를 하려면 마라토너가 돼 있어야 했다.
험로가 예상됐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가슴이 찡하고 목멨다"고 한다. 다리 부상 때문에 고생했던 주만호의 상황도 자신의 경험과 겹쳤다. 조깅광으로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경험을 가진 그였지만 지난 2002년 영화 촬영 중 다리를 다치고 나서 완주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삼성전자 육상단의 오인환 감독에게서 주법을 배웠다. 한 달을 뛰니 기본자세가 나왔다.
"너무 신기해 현장에서 20㎞ 훈련하고, 집에 와서도 14㎞를 더 뛰었다"는 그는 "리듬을 타면서 뛰다 보니 내 다리가 아닌 듯싶었다"며 웃었다.
김명민은 영화에서 안성기와 호흡을 맞췄다. 만호에게 혹독하게 대하는 대표팀 박성일 감독 역이다.
그는 "안성기는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친한 동료였다"며 "연기는 물론이고, 배우의 자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배가 없었으면 정말 촬영장이 심심할 뻔했어요. 촬영장이 자칫하면 험악해질 수도 있는데 항상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시더라고요. 저도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주연배우는 자기 것만 열심히 한다고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연기 외에도 스태프, 감독, 선후배 등 현장에서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그는 3년 전 박진표 감독의 ‘내사랑 내곁에’에 출연해 20㎏을 감량했다. 루게릭병으로 생명을 다해가는 환자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매번 촬영할 때마다 수십 킬로미터를 뛰어야 하는 마라토너 역이다. 동선에서는 극과 극이지만 자신을 혹사시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육체적으로야 ‘내사랑 내곁에’에 비할 영화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굶어서 뺐으니…. 이번 영화에서는 그저 마라토너가 되려고 했어요. 몸을 혹사한 게 아닙니다. 만호가 마라토너같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의 대사는 거짓말처럼 들리 거예요. 혹사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거였어요."
영화에서는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중 어떤 걸 택하겠는가"라는 만호의 대사가 있다.
똑같이 적용해서 물어보니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며 "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잘하려고 노력한다. 두 가지가 같이 가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다.
그는 연기파 배우로 점점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에 밀착되지 못할 때는 정말 답답하단다.
"만호가 허구의 인물이지만 가끔 그의 가슴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죠. 정말 답답할 때는 꿈속에서 만호를 만나기도 합니다."
’페이스메이커’를 끝낸 그는 현재 부산에서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를 촬영 중이다.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를 둘러싼 이야기로, 김명민은 감염된 가족을 살리려고 사투를 벌이는 가장 재혁 역을 맡았다.
"기생충의 공격을 다룬 작품인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소재예요. 제 분량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SF 물 같기도 하고, 좀비 영화 같기도 하죠. 잘만 만들어지면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영화인 것 같아요."
한때 목욕탕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고 고백한 김명민은 그 목소리 덕을 이제는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인 셈이다. 지금은 연기의 달인으로 평가받지만 언제라도 혹평에 시달릴 수 있는 게 배우의 인생이다. 변화막측한 인생사를 잘 살아가기 위한 그의 무기는 무엇일까.
"교만하지 않도록 항상 기도합니다. 남들이 인정해 주는 부분은 감사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건 패망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들보다 두 단계 낮게 자신을 평가합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절반 정도 온 셈이죠."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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