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의사들은 암 환자에게 건강기능(보조) 식품을 권하지 않을까?
암 환자의 60%가 건강기능 식품을 복용하고, 건강기능 식품에 소요되는 비용이 한국에서 1년에 3조6,000억원이라는 추산도 있다.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건강기능 식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왜 의사들은 몰라주는 것일까?
필자와 같은 암 전문의는 날마다 고통 받는 암 환자와 그 가족을 대한다. 환자 본인과 직계 가족만큼이나 암이 잘 치료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어떤 치료를 더할 수 있을까, 혹시 간과된 부분이 있나 퇴근 후에도 갈등하며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암 치료에 기적과 같은 건강기능 식품이 있다면 필자가 가장 먼저 처방을 할 것이다.
건강기능 식품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한 가지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까지 든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이유는 약의 개발뿐만 아니라, 개발된 신약이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개발된 수많은 약들이 실험실과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에게서는 효과가 좋지 않든지 부작용이 많아 개발이 중단된 예들이 많이 있다.
개발된 약은 임상 1상, 2상 및 3상 실험을 거치면서 사람에게서 용량, 효능 및 안전성이 증명되고, 부작용이 무엇이지 확인되어야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친 약들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사용허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건강기능 식품은 약이 아닌 식품이므로 이런 과정을 당연히 거치지 않는다. 암의 치료와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광고는 많이 보아 왔지만 그런 결론에 어떻게 도달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대규모 임상실험을 거쳤다고 선전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논문들로서, 의료인들이 인정하는 저널에 못 실린 경우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많은 경우 그런 효과를 사람에게서 보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는데, 그런 높은 용량은 복용도 힘들고 부작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들이 많다. 또한 자연식품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밑져야 본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건강기능 식품이 암 환자에 그렇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왜 임상실험을 통해 증명을 받아 전 세계의 모든 고통 받는 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어 주지 못할까?
미국의 보완대체의학 위원회(NCCAM)에서는 건강기능 식품을 포함한 식품 보조제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암환자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므로 꼭 처방해야 한다는 식품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런 건강기능 식품을 복용하고 말기 암환자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자연 면역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특정 식품을 복용하지 않고도,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포함한 다른 보완 대체요법으로 비슷한 효과를 보는 경우들이 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복용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혹시 해가 되지는 않는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값 비싼 투자를 요하는 건강기능 식품들을 의사들이 권하려면 ‘효과가 있으면 식품 때문이고 없으면 병 때문이고’ 식의 접근이 아니라, 잘 계획된 임상실험을 통해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필자는 과학적 임상실험으로 검증된 건강기능 식품을 처방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LA Cancer Center (213)388-0908
안상훈 / 암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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