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 귓전엔 법일스님의 대금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딘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잘 사신다는 소식에 기쁘다. 법일스님은 대금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모습이 꼭 장총을 메고 다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국대학 다닐 때 동창인 이연스님이 남산에 있는 국악원에 가자고 해서 따라갔더니 이생강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발표회였다. 나를 가자고 한 이연스님의 말씀인즉 이생강 수제자 중에 스님도 한 분 끼어 있는데 법일스님 이라는 것이다. 법일스님과 나는 한 번도 대면 해본 적이 없기에 무대에서만 본 기억만 할뿐이었다.
그 당시 난 내 공부에 바빠 법일스님에 대해서 이연스님이 이야기해도 귓전으로 흘릴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근 10여년을 방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법일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법일스님은 가끔 중강스님 이야기를 하시며 누구나 격의 없이 말씀을 참 잘하신다. 한번은 보스톤 범어사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여기에 적어본다.
법일스님은 영어를 모르지만 미국에서 사시려니 운전면허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운전면허 시험을 치러 가셨다는 것이다. 다른 시험은 어찌 됐는지 모르지만 눈을 테스트하는데 시험관이 보라고하여 보니까 노란 신호등 싸인이 보름달같이 비치더라는 것이다. 무엇이냐고 시험관이 묻자 바로 대답하기를 달같이 보여서 “MOON”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험관이 미소를 띠며 다른 것을 보여주는데 빨간 색 신호등이 마치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해 같더라는 것이다. 그래 시험관이 또 묻자 “SUN”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험관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으면서 저쪽으로 가라하기에 그 쪽에 가서 보니 또 똑같은 것 같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들여다보는 사이 사진이 찍혀 드라이브 라이선스 사진이 꺼벙하게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운전 면허증을 보여주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법일스님의 말씀을 하도 재미있게 들은 나머지, 법일스님께 뉴욕 상운사에 초청할 테니 오셔서 법문 해 주실 수 있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쾌히 승낙하시어 상운사에 오셔서 법문을 하신 뒤 대금연주 한 곡을 부탁드리니 또 쾌히 승낙하여, 모인 불자들을 모두 기쁘게 하셨다. 이 이후 법일스님을 모시고 맨해튼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전경을 내려다보고 난 다음, 내가 법일 스님께 대금 한 곡 연주하시라고 권하니 그 자리에서 서슴지 않고 한 곡 연주했는데 외국 관중들로부터 많은 갈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Shenandoah National Park 근교 Luray 동굴에 갔을 때도, 그 굴 안에서 내가 한 곡조 연주하시지요하고 권하니 그 굴속에서도 한 곡조 연주하여 갈채를 많이 받았다. 굴속에서 대금 연주를 들으니 그 어느 강당에서 듣는 것보다 참으로 특이해 나에게는 듣기 참 좋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국 식당엘 함께 들러 공양을 받고 대금연주를 두어 곡 해 주었는데 그 소리를 듣던 나이 많은 종업원은 옛 향수에 빠졌는지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광경을 보니 예전 절에서 49제 지낼 때 영혼의 천도를 위해서 악기를 다뤘던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알 것 같았다. 음악이란 아주 짧은 시간에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묘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님들이 계율에만 국한되어 고집하지 말고 중생들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힘닿는 데로 익혀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보살의 정신이며 바른 포교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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