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노아은행근무)
몇해전 겨울이었다. 눈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거의 직장에 도착하여 커브를 돌다 그만 웅덩이에 빠져 차가 꼼짝달싹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엑세레이터를 밟아보았으나 헛바퀴만 돌뿐이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 셋이 달려와 내 차를 빼내려 밀고 또 밀며 애를 써 주었건만 안타깝게도 차는 움직이질 않았다.
잠시후 직장동료 제이슨이 큰 삽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제이슨이 삽으로 앞바퀴 앞의 눈을 한참 퍼낸 후 운전을 앞뒤로 하니까 차가 마침내 웅덩이에서 빠져 나왔다. 제이슨은 그후 경찰이 되어 지금은 맨하탄에서 뉴욕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버스를 기다리다 선뜻 달려와 도와주려 애썼던 그 세분들에겐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감사의 표현도 하지 못했다. 나를 돕는 동안 기다리던 버스는 아마 놓쳤으리라.
안타까움과 고마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버스 정거장을 바라보며 그 분들을 찾아보았으나 물론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였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나를 돕게 했을까?
내가 살아가며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 어찌 이뿐이랴! 이름도 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도와주고 간 그 분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 순수한 도움, 베품의 바톤을 내가 그분들께 갚을 길이 없다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 바톤을 건네 갚을 수 있으리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과 사람을 변함없이 이어주는 끈은 따뜻함, 소박함 그리고 진실함이 아닌 가.“노 플라블럼(No problem)!” 감사의 표현을 받은 후 그가 한말의 전부였다. 이 바톤 릴레이가 이어지다보면 좀 더 밝고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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