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주의는 225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꾸준한 갱신과 보완을 거쳐 오늘의 민주주의로 발전되었다.
미국의 사대부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과 사회 유지들의 고민은 엘리트와 민중의 정치 참여도 조절이었다. 민중은 우매하고 무책임하고 선동에 잘 휩쓸리는 무리들이니 이들의 정치 참여를 되도록 제한하고 싶어했다. 그 예가 선출직 정치후보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19세기 말엽까지 소수의 정객들과 유지들이 막후 밀실거래로 정치후보를 선정하였다. 이 소집단의 밀실정치를 본래 코커스라고 불렀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진보성향의 지성인 언론인들이 이 코커스 제도의 폐기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코커스 식 밀실거래는 부패의 소지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민의를 무시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 하에 창안해 낸 것이 예비선거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는 1912년부터로 미국 고유의 산물로 많은 나라들이 이를 본 따기 시작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예비선거는 개방형 봉쇄형 준개방형 등 다양하다. 2012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는 8월27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다. 이론적으로는 이 대회에서 미전역 2,286명 대의원의 과반수 표를 얻는 사람이 대통령후보로 뽑힌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가 후보로 지명될 것인가는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치러진 예비선거 외에 나머지 36개 주에서 있을 예비선거 결과가 좌우한다. 여기에 나머지 12개주와 5군데의 미국 통치 영토에서 이루어질 코커스 결과도 봐야 한다. 후보들은 2,282표의 과반수 1,142표가 목표다. 롬니는 이제 겨우 12표 깅리치는 25표를 확보했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공화당 예선이 흥미로운 것은 뉴햄프셔에서 이긴 사람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승리해 선두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 예상이 깨어졌다는 점이다. 2008년 매케인이 그러했고, 롬니 역시 이를 기대했다. 그러나 깅리치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 예상을 뒤엎음으로써 공화당 후보들 간에 경쟁은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롬니의 승리로 전망된다. 우선 깅리치에 비해 롬니는 막대한 선거자금과 조직을 갖고 있다. 롬니는 깅리치의 강성 극우성향에 비해 온건중도 보수파다. 교육면에서는 두 후보가 비등하다. 롬니는 하버드에서 경영학석사 법대 법학사 두 학위를 5년 만에 끝낸 수재다. 깅리치는 투레인 대학 역사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대학 교수 출신이다.
사생활면에서 깅리치는 두 번 이혼했고, 롬니는 고등학교 첫 사랑과 결혼해 아들 다섯을 둔 모범 가장이고 큰 부를 이룬 사업가 출신 정치가다. 깅리치는 가톨릭이고 롬니는 몰몬교 신자다. 보수 개신교도가 대부분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롬니의 몰몬교 신앙이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경선이 서부 쪽으로 옮기면서 어느 후보가 오바마를 물리치고 당선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공화당으로서는 보수적이면서 중도를 지키는 후보를 내세워 진보성향의 민주당 후보와 맞서게 하는 것이 승리 가능성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극우경향의 깅리치는 오바마와 너무 대조를 이루어 무소속 표가 오바마로 몰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 과정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공화당에서는 최다득표자에게 그 주의 예선 표가 모두 간다. 승자독식 제도다. 민주당은 각 후보의 득표 비례대로 표가 할당된다.
한국 정치도 미국식 예비선거 제도를 도입하면 당의 공천문제로 오는 부패와 밀실거래 정치에 큰 쇄신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귀중한 한 표를 예비선거의 의미를 되새겨 충실히 행사하자.
차만재/ 캘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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