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 주민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한인사회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한인의 인종 관련 발언에 자극받은 현지 흑인사회가 흑인 인권단체들의 후원 아래 한인업소 불매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경찰 당국도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9일 댈러스 남부 흑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 타미 박씨(Tommy, 40)) 와 흑인계 이슬람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 의 제프리 무하마드씨 간의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됐다. <관련기사 3면>
28일 현지 언론과 한인사회에 따르면 박씨 업소의 휘발유 가격이 인근 주유소보다 비싸고 10달러 이하 결제시 데빗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며 항의하는 무하마드 씨에게 박씨가 “다른 데 가라”고 대꾸하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화가 난 무하마드 씨가 “당신이나 당신 나라로 가라”고 받아치자 박씨는 “그럼 당신은 아프리카로 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무하마드 씨는 흑인 주민들을 규합해 주유소 앞에 모여 “Don’t shop”(여기서 물건 사지 마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며 영업을 방해했다. 주민들은 주유소 내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고객들에게 박씨가 “N자(검둥이) 등 인종 비하 발언을 했다”, “(흑인) 여성들의 가방을 뒤지고 때렸다”, “물건을 훔쳤다며 사람을 죽였다”고 쓰인 전단지도 돌렸다.
이와 관련, 박 씨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년 전 가게에 들어온 강도가 종업원과의 몸싸움 끝에 총이 발사되면서 사망한 적이 있는데 정당방위로 처리됐다”면서 “당시 나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시위대가 ‘사람을 죽였다’ 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흑인 2명을 종업원으로 두고 있는 내가 어떻게 인종 차별자가 될 수 있겠냐”면서 “나를 위해 이미 지역 주민 400명이 서명을 통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사건경위에 대해 “제프리 무하마드 씨는 들어오자마자 고함을 지르고 싸울 기세였다”면서 “22년 전에 이민왔고 현재의 주유소를 11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다치자 주민들은 시청으로 몰려가 강력히 항의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또 지역 언론사에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보도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중 하나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와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에 사건을 신고하고 대응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한인 업소 주인이 흑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고 있다.
최근부터는 “탐욕스러운 한국인은 물론이고 모든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은 미국을 떠나라”며 아시안 추방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흑인 주민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심화됨에 따라 댈러스 경찰은 마틴 루터 킹 목사 탄생기념일인 지난 16일 축하 퍼레이드에 참가한 흑인들이 박씨의 주유소를 지나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폭동진압에 동원되는 경찰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주한인사회 지도층이 NAACP 등 유력 흑인 단체들을 상대로 대화를 통한 반발 무마를 모색하고 나섰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유진철 회장은 이날 NAACP 지도급 인사와 접촉해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유 회장은 “이번 사안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인종 갈등으로 몰고 가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조만간 흑인 지도층과 만날 계획이라 밝혔다.
댈러스를 담당하는 휴스턴총영사관 관계자는 “사소한 문제가 큰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댈러스 흑인사회의 반한 감정이 위험수위에 이른 데다 주유소 불매운동이 반 아시안 감정으로 확산된 상황이어서 사태가 쉽사리 풀릴지는 미지수다.<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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