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의 여인’에서 마가렛 대처는 환각(hallucination)증세 검진을 받기 위해 주치의를 만났다. “요즘 사람들은 도대체 생각이 없다”라고 전제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의 씨앗을 뿌리면 행동의 열매를 얻고,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성품을 낳고, 성품은 운명을 좌우한다. 나의 아버지가 늘 그렇게 말씀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씨앗을 만든다는 교육, 그 출발점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달랐다. 공자를 대표로 하는 고대 중국의 교육방법은 교과서와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스승은 아버지다”가 말해주듯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가르침을 경청하고 받아 적어 암기하는 일방통행식이다. 또한 동료들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사회 계급에 따라 주어진 위치에서 의무를 다하고 모나지 않는 인간형성이 교육 목적이었다.
반면 소크라테스를 대표로 하는 고대 그리스의 접근방법은 대화와 토론을 중심으로 “너의 생각은 어떤가”를 끌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두 가지 단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학교(school)라는 단어는 ‘여가’라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어 ‘skhole’에서 왔다. 즉 시간 있는 자유인들이 모여 지식을 나누는 곳이다.
‘향연’으로 번역된 플라톤의 심포지엄(symposium)은 ‘syn(다같이)+posis(마신다)’가 합성된 것으로, 모여서 먹고 마시며 생각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런 환경에서 교사의 기능은 학생에게 이미 내재된 지식을 표현하게 유도하는 것이었고, 학생은 능동적으로 상대방의 생각에 질문과 비평을 해야 했다.
동양의 방법이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흐르는 강물이라면, 서양의 방법은 밀고 당기고 서로 부딪치는 바다의 밀물, 썰물에 비유된다. 그런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최근 양쪽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가니 성폭행, 조폭 수준 학교폭력, 빈번한 총격사건에는 모두가 경악하면서, 같은 곳에서 보이지 않게 진행되는 또 다른 폭력, 즉 ‘생각의 씨앗’을 으깨는 행위에는 둔감하다.
대형 연구대학에 재학 중인 J군은 “유기화학 교수와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일에 5분이라 이메일로 질문을 하는데 그나마 답장이 없다”고 불평했다. 소규모 여자대학에 진학한 L양은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칸트의 이성비판을 읽고 “어려웠지만 보람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는 비결을 이렇게 귀띔했다.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피자 파티를 열어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씨앗을 스스로 만들게 도와준 교수의 덕분이다.”
‘좋은 생각은 어디서 오나’의 저자 스티브 존슨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을 변형시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고, 나아가 혁신을 불러 온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1650년 영국 최초의 커피 전문점으로 개점한 그랜드 카페를 소개했다. 배경과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다 보니 계몽주의 산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생각이 교류되는 과정에서 예측치 못한 의견 충돌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대학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의 씨앗을 나눌 수 있는 교수와 동료가 대형 연구대학에서 사라졌다. 2007년 개설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딩99 연구소>는 실내구조가 특이하다.
대부분 회의실은 중앙 홀에서 볼 수 있도록 배치하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을 수 있도록 기록 벽을 설치하고, 연구원들이 오고 가며 자연스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픈 공간을 만들었다. ‘방문시간 수요일 2~3시’ 사인만 걸린 채 굳게 닫힌 교수 연구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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