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소위 ‘왕따’(Bullying,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인 청소년들도 왕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교에서 겪는 왕따는 한인 학생들이 타민족 학생들로부터 겪는 차별은 물론 같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한인 학부모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왕따에 따른 문제와 현황, 대책을 살펴본다.
■사례
1>워싱턴 지역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김모 양의 부모는 최근 딸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 이유를 물어본 후 고민이 생겼다. 급우 23명 중 22명이 백인이고 유일한 유색인종인 김모양이 급우들로부터 “너는 왜 눈이 찢어졌니” “피부색이 노랗다” “영어발음이 이상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2> 고교에 재학중인 박모군은 사이버 불링을 당하고 있는 케이스. 학교 친구들과 연결된 페이스북에 ‘게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돌며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있어 죽고만 싶은 심정이다. 자연히 학교 결석이 잦아졌고 올 A의 우수한 성적은 곤두박질쳤지만 아무에게도 얘기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다.
3>훼어팩스 카운티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 모군은 같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케이스. 또래에 비해 키가 작고 왜소하며 소극적인 성격의 이군은 한인 학생이 많은 자신의 학교에서 한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을 받았다. 참다못한 이군이 대들며 가해 학생들에게 얻어맞아 생긴 멍이 부모에게 발견되면서 왕따 피해가 드러났다.
■실태
워싱턴 가정상담소 등 상담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담 중 약 10%가 학교생활 문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왕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웍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왕따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UCL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청소년 4명 중 3명이 사이버 왕따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왕따로 인해 한인 학생들이 단순히 괴롭힘을 당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이 난폭해지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상담소 전주형 카운슬러는 “남학생은 키와 작은 체격 등 외모와 소극적인 성격, 여학생들은 자신감(리더십) 여부, 옷 입는 스타일에 따라서도 왕따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청소년재단 박상원 디렉터는 “저학년 일수록 인종, 외모, 말투 등이 또래 집단과 달라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학생들이 아직 완전한 자의식과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아 다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책
왕따 문제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부모들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정상담소 전주형 카운슬러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학부모들의 따뜻한 관심과 교사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자녀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 왕따 피해를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옷이나 가방, 책 등이 인위적으로 훼손됐거나 ▲몸에 의문스러운 상처가 있다거나 ▲자녀가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집에 왔을 때 감정의 기복이 심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우울해 하면 왕따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