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평균점수 허위보고로 물의를 빚은 클레어몬트 맥키나 대학(CMC)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가장 행복한 학생 1위, 페이 스케일의 초봉 1위, 프린스턴 리뷰의 효율적 대학운영 6 위, 궁전 같은 기숙사 8위, 포브스의 최고대학 12위, US 뉴스 & 월드리포트의 리버럴아츠대학 9위, 졸업률4위, 교수진 8위에 올라있다.
무엇이 모자라 조작극을 벌였을까. 단순히 US 뉴스의 랭킹을 올려보려는 의도였을까. 하지만 SAT 점수가 US뉴스의 순위 선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5%에 불과하다. 아무리 평균점수를 부풀린다 하더라도 지각 변동적 자리바꿈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CMC의 어리석고 우스꽝스런 해프닝은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연구한 프로이드의 생각을 빌려야 이해할 수 있다. 생동적인 삶을 영위케 하는 리비도(libido)의 맞은 편에는 공격충동, 즉 자기파괴 혹은 질서와 규범을 어지럽히는 죽음의 본능(thanatos)이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한다고 프로이드는 피력했다. 원래 상태인 무(無)로 돌아가려는 충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욕구가 CMC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표출되었다.
그것은 입학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려는 수법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더 많은 지원자를 끌어들여 더 많은 불합격자를 내기 위해 페이스 북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서명만 해서 보내라는‘간략 지원서’를 등장시켰고, 성적과 활동내역 무엇을 보더라도 합격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학생들에게‘우리 대학에서 찾는 인재’라며 지원을 부추긴다. 대기자 명단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가령 신입생 정원150명에 3,000명이 지원했고, 등록률(yield rate)을 감안해200명을 뽑았는데 100명이 등록했다. 나머지 50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구제해 채운다면 낮은 합격률 7%를 유지할 수 있다.
CMC의 SAT 점수 부풀리기는 초보자 수준이다. 점수가 낮은 학생에게 가을학기가 아닌 봄학기(US뉴스 순위 선정에 미포함) 등록조건으로 입학시키는 USC, 하위10% 학생의SAT 점수를 누락시킨 플로리다의 뉴칼리지, 신입생의 20%가 외국인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SAT점수를 제외하고 평균 점수를 산출하는 노스이스턴 대학, 저소득층 학생의 점수를 제외시키는 뉴욕대학(NYU), 영어 점수를 제외하고 수학 점수만 제출하는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등 제법 머리를 굴린 흔적을 보이는 대학도 있다.
좀더 고차원적인 방법은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것이다. 대학이 입학률, 등록률, 표준점수를 보고할 때 신용등급 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다드& 푸어스에 보낸 자료와 대학 가이드를 출판하는 바론, 피터슨, US뉴스, 머니 등에 제시한 통계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1,600만점 시절 하버드는 SAT 평균점수를 무디스에는 1,385점, US뉴스에는 1,400점으로 각각 다르게 보냈다. 뉴저지 소재 리차드스톡턴 대학은 991점, 1095점 등 두 가지 다른 점수를 보고했다. 한편 콜비 대학은 신입생의 80%가 고교졸업자 상위 10%라고 US뉴스에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54%로 확인되었다. 풀타임 교수 비율도 스탠포드는 연방 교육부에 54%, US뉴스에 99%라고 보고했다. 유펜은 52%, 86%, 그리고 하버드는 79%, 83%로 각각 다르게 보고했다.
교직원ㆍ재학생ㆍ동창생 모두가 자신의 학교가 상위에 올랐다는 소리를 듣기 원하다. 숫자 조작은 순위를 매기는 기관에게 어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지원자는 그 순위에 집착한다. 그래서 조작은 다음해에도 지속된다. 자기파괴를 향한 죽음의 본능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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