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누구나 소외감을 느낀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뒷전으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젊은이들이 웃으며 떠드는 말을 못 알아듣고 함께 웃지 못 할 때는 비감마저 든다. 직업상 인터넷 검색방과 웹사이트들을 자주 드나들게 되는데, 그 때마다 늙었다는 생각이 더 굳어진다. 젊은이들이 쓰는 말이 한국말인데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퇴근길에 안면부지인 뉴욕의 한 어르신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수소문해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며‘ 눈산의 6달러’ 칼럼이 재미있었다고 늘어지게 칭찬해줬다. 이 말을 들은 소감을 젊은이들의 채팅방 댓글 식으로 쓰면 “…깜놀 전화를 받고 솔까말 오나전 므흣했다. 글이 우왕굳이고 넘사벽이라며 레알 즐감했다는 글 설리였다”가 된다.
이 말을 다시 풀면 “깜짝 놀랄 전화를 받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완전히 흐뭇했다. 글이 매우 좋고,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며 진짜로 즐겁게 감상했다는, 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댓글)이었다”가 된다.
생소한 말들이 매일 생겨나고 사라진다.‘ 또라이’‘ 된장녀’‘ 왕따’ 같은 속어(은어)는 오히려 친숙한 편이다. 컴퓨터가 일상화 된 뒤부터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 층 사이에 신조어들이 홍수를 이룬다. 장년과 노인들에겐 대부 ‘듣보잡’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 것)이다.
신조어 중에는 줄임말이 많다. 깜놀, 솔까말, 넘사벽, 듣보잡이 그렇다. 자기와 늘 비교 대상이 되는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열폭(열등감 폭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질 것 같은), 훈남(훈훈한 남자),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장미단추(장거리에서 보면 미녀, 단거리에서 보면 추녀)도 그렇다.
오나전(완전), 젭라(제발), 당므(다음), 스빈다(습니다) 등은 자판을 너무 빨리 두드렸을 때 나오는 오타가 굳어진 말이다. 영어에서 응용한 신조어도 있다. ‘BMW족’은 고급 수입차를 굴리는 부유층이 아니라 ‘Bus나 Metro(지
하철)나 걸어서(Walk) 출퇴근하는 사람’이다. ‘베프’는‘best friend’를, ‘b4’는 ‘before’ 를 각각 줄인 말이다.
미국 영어에도 신조어가 많다. ‘Billary’는 빌 클린턴과 힐러리를 합친 말이고, ‘bagonize’는 공항 수하물 회수대에서 가방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일컫는다. ‘Unfriend’는 페이스북에서 친구관계를 박탈한
다는 뜻의 동사이다. 미국에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인 ‘sub-prime’은 미국방언협회가 선정한 ‘2007년의 신조어’였다.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도 이미 기성어가 돼버린 신조어 400여개를 지난해 추가 수록했다. 그 중에는 휴대전화로 외설적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는 행위인 ‘섹스팅(sexting)’ 여성의 비키니에 견줄만큼 엽기적인 남성용 수영복을 뜻하는 ‘맨키니(mankini)’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다시 올리는‘ 리트윗(retweet)’ 등이 포함돼 있다.
말은 사람들이 많이 쓰면 표준어가 된다. 짜장면이 좋은 예이다. 원래 표준어인 자장면보다 더 널리 쓰인 덕분에 작년에 자장면과 나란히 표준 국어사전에 올랐다. 맨날(만날), 품새(품세), 두리뭉실(두루뭉술), 오손도손(오순도순)도 마찬가지다.
어제 고교 동기동창회 총무가 이메일로 보내온 2월 소식지에 “우리들 중에 뒤지탈 노인이 있고 아날로그 노인이 있다. 전자는 어르신으로 불리고 후자는 꼰대로 불린다.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뒤지탈 노인 쪽이라고 자부했다. ‘뒤늦게나마 지식을 얻기 위해 탈컴맹노력을 기울이는 노인’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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