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재외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이 마감됐다. 4월11일 실시되는 제19대 총선 투표를 위한 이번 등록에는 워싱턴 지역에서 2,002명이 신청했다. 전체 대상자 6만1천705명(추정치)의 3.24%가 등록한 것이다.
이중 한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국외부재자는 1천625명으로 전체의 약 81%를 차지했고 영주권자인 재외선거인은 377명으로 19%였다. 유권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 2011년 11월13일부터 90일 동안 하루 평균 22.2명꼴로 등록한 셈이다.
미국 전체를 보면 2만3천5명(2.66%)이 등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223만3천여 명의 대상자 중에 5.57%인 12만4천350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재외선거의 실효성 논란과 고선거비용 문제가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초라한 결과가 나왔는가? 차분히 따져보면 재외선거의 저조한 등록률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재외 유권자들의 총선에 대한 무관심과 번거로운 등록절차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얼굴도 모르는 비례대표를 뽑는 투표를 위해 두 번이나 공관을 방문할 만큼 한가한 영주권자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유권자 등록을 하면 한국에서 저지른 사소한 위법사실 등이 드러나 주소지가 추적되고 불이익을 받는다는 루머도 퍼져 영주권자들의 발길을 막기도 했다.
이번 결과는 비단 영주권자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편 등록한 국외부재자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학업 따라 가기 바쁜 유학생들에 국내선거는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특히 ‘유학생들’의 상당수는 현지 정착을 위해 학생비자로 체류 중인 한인들임을 간과했다. 준(準) 이민자나 다를 바 없어 선거는 생업에 밀려 뒷전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역시 국외부재자로 분류되는 불법 체류자들도 선거가 남의 집 불구경하는 것과 다름없다. 먹고 사는 문제의 시급성도 그렇지만 신분상의 문제가 드러난다는 우려도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미묘한 현실이 감안되지 않고 국내 관점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재외유권자들을 바라보다 헛 다리를 짚은 것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 5.7%라는 등록률이 허수(虛數)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재외 유권자 통계가 부풀려진 만큼 실제 등록률은 10%에 육박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논란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통계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된다 하겠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첫 시행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12만 명이 등록한 것은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라는 중앙선관위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은 너끈히 두 자릿수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행히 선관위나 정치권에서 이번 등록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시급성을 간파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른 논의만 무성히 하다 공허하게 끝난 그간의 경험상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재외 유권자의 입장에서 우편 및 이메일 등록과 원거리 지역의 우편투표 허용, 추가 투표소 설치는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과제라 하겠다. 재외선거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도 재외유권자들에 등록 및 투표 편의를 제공하는데 인색해선 안될 것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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