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어 주지사 법안 서명 직후 뒤집기 주민투표안 발동
동성애자들 축제 분위기 속 “그리스도 배반하지 말라” 고함도
발렌타인 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워싱턴주가 수많은 동성애자들의 환호 속에 전국에서 게이결혼을 합법화한 7번째 주가 됐다. 그와 동시에 워싱턴주는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 보호법(DOMA)’을 배격한 첫 번째 주가 됐다.
하지만,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가 이날 대대적인 서명식을 통해 게이결혼법안을 확정하자마자 종교계 등 보수단체들이 이 법안을 무효화하기 위한 주민투표안을 발동하고 나서 게이결혼의 합법여부는 11월에나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명식에서 그레고어 지사는 주청사를 가득 메운 게이결혼 지지자들에게 “지금은 워싱턴주의 매우 자랑스런 순간”이라고 말하고 “역사는 오늘을 워싱턴주에 동등권의 큰 이정표가 세워진 날로 기록할 것이며 우리는 남녀노소와 정파 및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옳고, 정당하고, 공평한 일을 함께 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서명식은 축제일색의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그레고어 지사가 연설을 끝내고 공개된 동성애자이자 이 법안의 상정자들인 에드 머리 주 상원의원 및 제이미 피더슨 하원의원 등에 둘러싸여 서명하기 위해 착석하자 방청석에서 “그리스도를 배반하지 말라”는 고함이 들렸다. 그레고어 지사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천주교 신자이다.
주지사의 서명으로 법안이 확정됐지만 동성애자들이 당장 결혼할 수는 없다. 이 법안은 현 의회회기 종료 90일 후인 오는 6월 7일 발효된다. 이 법안을 뒤집기 위한 주민투표안(레퍼런덤-73)을 추진하는 단체들은 그 하루 전인 6월 6일까지 유권자 12만 577명의 서명을 확보해 주 총무부에 제출해야만 11월 선거에 주민투표안이 상정된다.
이 법안에 반대해온 시다 파크 교회의 조 퓨이튼 목사는 “오늘은 그레고어 주지사의 말과 달리 별로 역사적인 날이 못되며 영상에 잠깐 비쳤다 꺼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이미 일반 부부와 똑같은 법적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법안이 자녀교육과 종교생활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게이결혼 법안에 반대하는 워싱턴주 가족정책연구원의 조셉 백홈 대표는 이날 주 총무부 창구에 레퍼런덤-73 신청을 위한 등록비 5달러를 지불한 후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및 그들이 양육하는 자녀들을 위해서만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정부가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관계까지 주선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애틀의 플리머스 교회에서는 시애틀 남성합창단 및 시애틀 여성 합창단의 단원 300여명이 1,000여명의 동성애자들과 함께 비틀스의 히트송 ‘그대 손목 잡고 싶어’를 부르며 축제를 벌였다. 이 교회의 브리제타 리몰 여성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모든 차이를 초월한다”며 “여러분의 결혼식을 기꺼이 주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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