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9년전, 나는 조계종 종단에서 실시하는 중앙 교육원 5기로 수료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 당시 종정은 고암 큰스님이시고 총무원장은 손경산 큰스님이셨다. 총무원 건물은 동국대학교 장춘단 공원 쪽이었고, 7월 5일에서 8월 8일까지 한 달간 실시하는 교육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 참석했다. 오전9시 30분부터 3시간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간씩 종정스님의 훈시로부터 종단의 핵심 역할을 하는 13명의 원로 대덕 큰스님,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각계각층의 박사와 교수, 사회인 16명을 강사로 초빙하여 불교와 사회 전반에 관한 이해와 필요성을 교육받았다. 한번에 40여명 이상 씩 7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안다.
교육을 받은 이후 종단을 보는 시각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은 물론,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성심과 성의를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종단에서는 모든 기성승려들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차원에서 본사 주지급부터 실시하여 삼직 순으로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동원은 종단의 큰스님들이 미래를 짊어진 후예들에게 베푼 하나의 대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받을 때도 이런 교육은 꼭 필요하고나 하는 것을 느꼈지만 교육을 받고 난 이후 지금까지 수행해 오면서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20대 중반에 종단에서 실시하는 지도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왜냐하면 나는 행정적인 아무 직책도 없었고 나이도 제한 선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도 공부할 복이 있었던지 가까스로 합류하게 되어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교육받은 것이 씨앗이 되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나머지 개운사에 사는 동안 월주 큰스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개운사 중고등 학생회. 청년회. 신도회의 지도법사를 계속하였는지 모른다. 사람에게 있어서 교육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을 받은 만큼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여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땅은 대대손손, 자손만대에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곳 화엄사를 이룩하면서 한국의 어느 사찰이나 종단을 통하여 물질적인 도움을 하나도 받지 않았지만, 내가 일찍이 절에 들어가 공부한 것을 생각하면 항상 감사를 느낀다. 숙식비와 수강료 하나 내지 않고 공부를 하게 한, 법주사, 해인사 강원, 그리고 선방, 종단에서 주는 장학금과 법주사에서 주는 장학금과 다달이 생활비를 받은 덕택에 동대를 무사히 다닐 수 있었다. 풍족한 생활비는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꼬박 4년을 대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때론 내가 종단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공부했으니 기회가 주어지면 소임을 살아주리라 마음먹었지만, 출가하면서 세운 나의 원이 워낙 깊어 소임보다는 정진하는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다! 꼭 소임을 살아야만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어느 곳에서라도 힘이 닿는 데까지 보살행을 하는 것이 바른 승려의 도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산다.
Feb 23.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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