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열연한 배우 윤정희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유감을 표했다.
트리뷴은 24일(현지시간)자 문화예술 섹션 1면에서 ‘오스카(아카데미상)의 영원한 수수께끼’라는 제하 기사에서 "매년 오스카 시즌이 오면 많은 영화 팬들이 큰 불만에 차게 된다"면서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리뷴의 영화평론가 마이클 필립스는 "’디센던츠’의 로버트 포스터, ‘시’의 윤정희, ‘마거릿’의 안나 파킨 등은 후보에서 제외된 것이 특히 더 아쉬운 배우들"이라며 "26일 아카데미상 수상자가 결정되고 나면 이들의 뛰어난 연기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필립스는 윤정희에 대해 "일부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름과 얼굴이 생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시’에 출연하기 이전까지 20년 가까이 배우 활동을 중단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직접 쓴 이창동 감독의 작품 속에서 윤정희는 생활 보조금을 받아 10대 손자를 키우며 살아간다"며 "손자가 끔찍한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과 초기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고투를 벌인다"고 전했다.
필립스는 "윤정희는 주인공의 두 갈래 심리를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다"며 "멜로드라마 조로 흐를 수 있는 위기 상황들을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기회로 만들어간다"고 평했다.
그는 "사실 윤정희가 ‘시’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비영어권 영화로 아카데미상 후보가 될 확률은 애처로울 정도로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화 ‘시’는 미국에서 상영도 충분히 되지 않았고 미국 관객들로부터 호응도 얻지 못했다"며 "2년 전 첫 상영된 칸 영화제에서도 윤정희는 ‘사랑을 카피하다’의 줄리엣 비노쉬에게 여우 주연상을 빼앗겼다"고 회상했다.
필립스는 "어쨌거나 나는 윤정희의 연기와 영화 ‘시’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나 배우들이 전체 경력을 통틀어 이루어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표현해 내려고 애쓴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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