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지치고 힘들면 유난이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몸살감기라도 걸리거나 입맛이 없을 때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습니다. 학교와 일터에서 지쳐서 귀가했을 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상처받을 때, 힘든 마음을 수많은 위로의 말들보다 더 큰 위로를 받게 되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허해진 마음과 외로운 마음을 위로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영화 식객에 등장하는 최고의 숯쟁이인 사형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삶아주었던 고구마를 그리워합니다. 어머니가 재가를 하면서 자신이 버려지고 새 가정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사랑을 고구마와 함께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맛,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라는 영화 ‘식객’의 대사처럼 주인공 요리사가 고구마를 구워와 사형수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 해줍니다. 고구마는 사형수의 닫혔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배고픔만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까지 위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센터에 잠깐 거주했던 T는 7살 때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미국가정에서 성장했으니 한국음식을 잘못 먹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매운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고, 특히 냉면을 즐겼습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이라 하지만, 아마도 입양이 되기 전까지 어머니와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냉면을 만들 때 마다 계란을 삶아서 올리고, 고기도 넣어서 먹는 것이 어쩌면 잊혀져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음식은 단순하게 먹는 것 이상으로 지친 삶을 위로하기도 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식으로 인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게도 합니다. 특히나 어머니의 음식에는 자녀들을 위한 정성과 사랑을 있어 함께 먹고 자라면서 뼛속까지 스며들어 몸이 기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음식은 내게 주시는 어머니의 관심이었고 사랑이었기에 어머니의 음식을 먹으면서 위로와 힘을 얻는 것입니다. 특별한 재료를 쓰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요리도 아닌 나물, 파간장, 부침, 된장찌개, 김치찌개와 같은 것일지라도 음식에 담겨진 사랑으로 인해서 우리를 위로하기에 충분한 음식이 아닐는지…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은 때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음식을 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편리하고 어머니가 만든 것 보다 더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시대적 흐름이라 그러하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음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의 지치고 힘든 생활에 위로 받았던 Comfort Food, Soul Food가 어머니의 음식이 아닌 사서 먹을 수 있는 음식, 패스트푸드로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휴로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고 어머니는 자녀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준비하고 계실 때입니다. 더 많은 자녀들이 어머니의 음식으로 위로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학교와 일터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닌 어머니의 음식을 먹고 기운이 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이결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쌓을 수 있는 시간,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따스한 위로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전달할 기운을 담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희망합니다. 부서지고 깨지면서 또 다른 상처로 번져가는 사회가 아닌 나를 위로하는 음식을 그리워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맛있는 음식이 또 하나의 추억과 행복을 가질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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