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한은행 풀러튼 지점에서 발생한 무장 인질극 사건이 한인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용의자가 은행 세이프 디파짓 박스에 24만달러를 보관했다가 분실 당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건 진상에 대한 추측과 함께 세이프 박스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으로 한인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발단은 용의자 김명재(55)씨의 부인이 5년 전 한미은행 세이프 박스에 보관해온 현금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김씨 측은 분실신고를 했고, 은행 측은 내부감사를 실시했지만 직원들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장기간에 걸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인질이 된 새한은행 지점장은 ‘분실사고’ 당시 한미은행의 지점장이었다.
이번 사건의 특이한 점은 한인사회가 용의자 김씨에 대해 보이는 동정론이다. 성실한 사업가인 그가 목숨 내놓고 인질극을 벌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구명운동까지 추진되고 있다. 한편 은행 세이프 박스 운영규칙을 잘 아는 사람들은 제3자가 금고 내 물건을 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은행 측에 쏠리는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현금분실에서 인질극에 이르는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법과 규정을 지키며 원칙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첫째는 세이프 박스에 거액을 보관한 것이 실수였다. 김씨가 돈을 은행구좌에 예금했다면 지금처럼 인질범으로 전락하는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세이프 박스에 현금 보관이 불법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탈세나 돈세탁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위법 가능성을 안고 있다.
둘째, 은행 측은 세이프 박스 관리에 보다 철저해야 했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가 될, 그래서 이번과 같은 불행을 일찌감치 막았을 CCTV 녹화테이프 조사가 없었다는 것은 원칙을 어겨도 한참 어긴 것이다. 아울러 ‘원칙’ 보다 ‘얼굴’이 앞서는 한인사회의 관행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얼굴 잘 아는 고객이 배우자의 열쇠로 세이프 박스를 열려고 할 때 원칙을 내세우며 거절하기 어려운 정서가 한인사회에는 있다.
원칙을 준수하면 불행이 예방된다. 좋은 게 좋은 것 보다는 원칙에 우선하는 태도가 한인사회에 확실히 뿌리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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