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며 완전히 별개의 종자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 이용할 줄 알고 언어를 사용할 줄 알며 학습 능력이 있다 등등. 그러나 동물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점점 잃고 있다.
우선 인간과 97%의 DNA를 공유하는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꺾어 개미 사냥을 하는가 하면 돌멩이로 코코넛을 깨어 먹기도 하며 자기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뿐 아니라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칸지라는 피그미 침팬지는 수 천 개의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지리아의 곰비에서 수십 년 간 침팬지와 같이 살며 이들을 관찰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인간과 같이 추종자들을 모아 권력을 얻어 집단 위에 군림할 줄 알고 전략을 세워 이웃 침팬지 마을을 침략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 있다. 장사하는 침팬지의 존재다. 자기가 캐낸 감자와 남이 딴 바나나를 바꿔먹을 줄 아는 원숭이는 아직 관찰된 바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하는 능력인 셈이다.
실제로 인간 사회가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거래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농사도 짓고 고기도 잡고 집도 짓고 옷도 만들고 이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것보다 자기가 잘 하는 일 하나를 골라하고 필요한 것은 물물 교환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안 것이다.
거래 능력은 분업을 가능케 하고 분업은 생산성을 높인다. 높여도 한 배 두 배 정도가 아니라 100배, 1,000배가 늘어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열 사람이 각각 혼자서 핀을 만들면 하루에 하나 만들기도 힘들지만 이를 여러 공정으로 나눠 같이 일하면 4만8,000개를 쉽게 생산한다고 썼다. 1인당 4,800개를 만드는 셈이니까 4,800배의 생산성 향상이다.
무역은 국가 간의 거래다. 개인 간의 거래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같이 국가 간의 거래도 생산의 효율을 높인다. 생산성 증가는 경제 성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높인다. 이는 경제학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무역은 처음부터 기득권층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보호 무역 장벽에 숨어 경쟁력 없는 상품에 대한 불공정 이윤을 누리고 있는 집단은 이 장벽이 걷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이유의 하나가 이들 기득권층의 모순을 꼬집기 위
한 것이다.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천신만고 끝에 15일 발효된다. 양국의 보호 관세가 사라지면 두 나라 사이의 무역량은 증가하고 경제는 성장하며 일자리는 늘고 상품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무역의 활성화는 어느 나라에나 장려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한국 같이 자원이 없어 국민의 생계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야권 연대를 통해 차기 정권을 잡겠다는 한국의 범야 진영(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일명 민통통당)에서는 침팬지가 들어도 웃을 논리를 내세우며 한미 FTA 결사 항전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 10가지 중 9개는 이들이 추종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합의된 것이다. 자기가 장관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FTA를 “매국”이라고 부르며 “그 때는 몰라서 그랬다”는 멍청한 매국노 정동영은 그나마 “그 때 일을 사과라도 하자”고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노무현 시절 국무총리를 지내며 FTA 전도사 역할을 했던 한명숙은 얼굴에 철판을 깐 채 말을 바꾼데 대한 아무런 해명도 참회도 없다.
이런 뻔뻔한 세력이 집권한 후 과연 무슨 말을 어떻게 바꿔 가며 국정을 농단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6.25의 참화로 하루 세끼 밥 먹기가 어렵던 한국이 어떻게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이 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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