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드라마제작사협회장 "진정성 있는 한류 만들어야"
"한류로 돈 몇 푼 벌자고 근시안적으로 움직이면 얼마 못 가 모두가 공멸합니다. 시장 자체가 없어질 수 있어요. 이제는 진정성 있는 한류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민관이 힘을 합쳐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박창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한류가 K팝으로 영역을 확장한 지금이야말로 더욱 한류의 내실을 다질 때라고 강조했다.
취임 1년을 맞은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드라마나 가수가 좀 뜬다고 대충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가서 팬미팅하고 사인회를 하는 식으로 한류를 이어가다간 큰일 난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고 나아가 한국 그 자체를 알리는 것"이라며 "세계인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격에 맞는 프로모션이나 기획을 하지 못한다면 이젠 망신당할 일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류 드라마가 성장 정체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한 단계 도약하려면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관계기관의 더욱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정부나 기업이 수년, 수십 년간 뚫으려 해도 뚫지 못했던 해외 시장이 한류 드라마 한편으로 열리는 경우들을 우리는 지금껏 봐왔다. 시장만 열리는 게 아니다. 한국의 이미지 자체가 좋아지는 것이고 현지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열풍이 인다.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라며 "지난 10년간 한류의 힘을 체감했으니 이제는 정책적으로 더 실효성 있는 지원이 나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문화부 산하에 있는 60여개 단체가 너도나도 한류를 외치지만 진짜 진정성 있는 참일꾼은 없습니다. 정책적으로 창구를 일원화하고 지원책은 확대해야 합니다. 기껏해야 드라마 한편에 5억 원을 지원하는 식으로는 발전이 없습니다. 일개 제작사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 지금과는 다른 콘텐츠를 새롭게 시도하며 변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은 유명 스타나 작가, 연출자를 보고 지원하는 천편일률적인 지원책으로는 한류 드라마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0편을 지원해 7편이 망한다 해도 3편이 성공하면 성공한 겁니다. ‘겨울연가’ 한 편이, ‘대장금’ 한 편이 10년을 가지 않습니까. 남들이 손을 못 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을 적극 지원해줘야 그게 진정한 ‘진흥책’ 아닐까요? 겉보기에 안전한 캐스팅에만 기대 투자를 결정한다면 비슷비슷한 작품만 나오게 됩니다."
그는 드라마나 K팝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실을 빨리 볼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공무원은 임기 내 성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속성상 사과나무를 심으려고는 하지 않고 그 과실만 따려고 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K팝은 사과를 빨리 딸 수 있어요.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K팝 스타 하나가 아프리카에 한글을 퍼뜨리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민관협의체인 한류기획단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여년 드라마 제작에 매진해온 박 회장은 김종학프로덕션의 대표이사로서 ‘태왕사신기’ ‘풀하우스’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등 40여 편의 드라마를 만들며 한류의 전파에 앞장서왔다.
오는 21일 MBC에서 첫선을 보이는 하지원, 이승기 주연의 대작 ‘더킹 투 하츠’와 그 후속작인 김선아 주연의 ‘아이두아이두’도 김종학프로덕션 작품이다. 한 방송사에서 같은 제작사의 작품을 두 편 연속 같은 시간에 편성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그는 "결국은 콘텐츠를 잘 만들면 방송사가 먼저 제작사를 찾기 마련"이라며 "그와 마찬가지로 ‘꼼수’를 부리지 않고 끊임없이 질 좋은 콘텐츠로 해외 시장을 노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한류에 취할 때가 아니라 위기감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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