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고 있는 한국어 클래스에선 한국어 공부는 물론, 2주에 한번 약 20-30분 정도 한국다과를 먹으면서 한국의 문화, 음식, 에티켓 등을 얘기한다. 때론 내가 미국인들과 대하면서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미국인 학생들도 한인 친구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음식 먹는 습관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였다. 가끔 한인 특히 남자들이 한쪽 뺨이 음식으로 불룩한 채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면서 먹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 한국에선 그런 모습을 미국에서처럼 흉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더니, 한 남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크게 웃었다.
그는 한국인 교환학생과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그 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일이 결코 즐겁지 않다고 고백했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한 쪽 볼이 터지도록 넣고 입을 벌리면서 음식을 씹는 모습을 보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입술 한쪽으로 삐져나오는 음식을 막느라 애쓰면서 다른 쪽 입술로 열심히 말하는 모습은 더욱 가관이라 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소량의 음식을 입 속 깊이 특히 가운데 쪽에 넣고 양쪽 어금니로 씹는다. 입을 벌리지 않는 것은 물론 턱을 약간만 움직여 씹기 때문이 그 모양이 ‘오물오물’ 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그것은 에티켓으로 미국식 디너 테이블 에티켓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걸 전혀 모른 채 혼자 우적우적 맛있게 먹을 그 학생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 친구에게 이곳 에티켓을 넌지시 알려주라 일렀더니, 감히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1년 만 머물다 가는 교환학생들에게 그런 에티켓들을 함께 나누는 것은 개인적 공격이 아니라 미국인의 습관을 알려주어 그들의 미국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미국학생의 의무이고, 한국인의 습관을 미국친구에게 알리는 것은 한국학생의 의무라고 일렀더니 그제서야 말하도록 노력해보겠다 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영어를 말할 때 비슷한 실수들을 한다. 빤히 아는 쉬운 문법, 즉 he 라고 해야 할 때 she라고 하거나, 3인칭 주어에 맞춰 동사에 s 를 붙이는 것을 잊거나, 엑센트를 잘못 사용하거나, 부정 질문에 긍정 질문식 답을 한다. 그런 실수는 사실 다반사이지만 대개 말하는 동안 스스로 실수를 알아채서 큰 문제로 번지지 않는다.
문제는 모르면서 하는 실수다. 성과 이름 대신 상대의 이름만 부르면 친한 느낌을 준다 하여 그래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 까지 마구 이름을 부르거나, RSVP 를 해야 하는 파티에 답을 주지 않고 나타나거나, 디너 테이블에서 몇 사람 건너에 있는 소금, 후추 병을 직접 잡으려고 손을 뻗으며 애를 쓰는 일 등은 자신의 인상을 그르치게 하거나 그 이상의 문제로도 발전될 수 있다.
그럴 때 누군가가 한 마디만 해주면 좋겠건만, 미국인 친구들 중엔 그런 언급이 지나친 참견이나 면박으로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입을 다무는 사람이 많다. 미국인인 내 남편의 경우엔 내가 잘못 쓰는 관용구를 들으면서도 그 말버릇이 귀엽게 느껴져서 20년간 그냥 두었단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벌컥 화를 내고 말았다.
그 이후 미국 친구들에게 아예 경고를 했다. 무엇이든 내가 실수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지적해달라고. 물론 그들이 한국에서 혹은 한국친구들과 같이 있는 동안 미국식으로 행동하는 경우엔, 내가 지적을 해주고 있다. 디너 테이블에서 코를 크게 풀지 말라든가, 한인 집에 들어갈 땐 신발을 벗으라든가, 어른이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면 들어줄까 말까 공손하게 묻기 전에 무조건 들어주라는 등.
자칫하면 스트레스를 키우기 십상인 두 문화 한 가운데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취해야 할 마음자세이다. 남이 실수할 때 이해해주면서 그 배경을 편하게 설명해줄 수 있고, 남이 내 실수를 친절하게 지적해줄 때 고맙게 받을 수 있다면 우린 양 문화를 흠뻑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보경
대학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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