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사이 맨해턴 차이나타운을 두 번이나 가게 됐다. 맥도널드와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아시안 커뮤니티 대상 행사를 그 곳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25일 맥도널드는 트라이스테이트 아시안 에세이 콘테스트 시상식을 PS124에서 열었다. 지난 13일에는 애틀랜틱 시티와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 및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이스트 마켓 레스토랑에서 아시안 고객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왜 하필 차이나타운에서 행사를 진행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에세이 콘테스트의 수상자 10명 중 9명이 중국계 학생이고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초청받은 고객 400명 중 대부분이 중국계였다. 중국계의 참여가 워낙 높고, 바잉파워가 거대하다 보니 주최측 입장에서는 중국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벌어진 반전이 꽤나 흥미로웠다. 콘테스트 시상식의 사회자는 뉴욕 데일리뉴스 패션취재 총책임자인 이준영 패션 프로듀서, 기조 연설자는 곽동현 ESPN 시니어 편집장이었다. 아시안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한국이나 중국으로 구분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한창 자라나는 중국계 어린이들에게 주류사회에 우뚝 선 한인 2세들이 롤 모델로 연단에 선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행사는 K팝으로 시작됐다. 한국 걸그룹인 ‘티아라’ ‘2ne1’ 등 한류를 주도하는 K 팝 스타들의 대표곡에 맞춰 공연이 이어졌다. 4-5차례 펼쳐진 댄스 공연의 배경음악은 모두 K팝이었다.
인상적이었다. 커뮤니티 규모 면에서는 중국계에 뒤지지만, 한국 컨텐츠와 인적자원의 우수성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류사회에 이 같은 한인 커뮤니티의 역량과 잠재성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도 남았다.
한인들의 교육열과 부지런함, 성실함, 독창성이 중국계 커뮤니티 못지않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고 사회적 성공이 시장 내 바잉파워로 계속 커지고 있음에도 너무 오래 변방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인들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계 중심으로 아시안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주류사회의 시각은 언제쯤 변화될 수 있을까?
최희은
뉴욕지사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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