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년 뒤 ‘물전쟁’이 본격적으로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원분쟁의 대상이 기존의 석유·철강석 등 전통자원에서 물·식량 등 생존자원으로 확대되면서 신자원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화·사막화·인구증가 등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은 ‘21세기 블루골드’(푸른 금)으로 불릴 정도의 희귀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담수 공급, 수요가 공급에 비해 갈수록 부족
22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공개 보고서를 통해 “물이 국가 간 분쟁에서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테러리스트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물의 날(3월22일)에 맞춰 발간된 이 보고서에서는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물 관리부실 등으로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담수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에 따라 정치적 불안, 경제성장 둔화, 식료품 시장 교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앞으로 10년 뒤에는 물을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이 커지고 관련국의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포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1억명이 물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남미 등의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유엔도 지난해 미래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물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물 부족 현상이 기아나 자원 부족 현상 못지않게 전 세계가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DNI 보고서에서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물 분쟁이 우려되는 지역을 제시했다. 주요 강 유역을 둘러싼 지역들로 중앙 및 북동아프리카 10개국을 관통해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로 가는 나일강, 터키와 시리아 인근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이 된 요르단강,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티베트를 아우르는 인더스강 등의 주변국들이다. 전문가들은 강이나 호수 등 담수 자원을 확보한 나라와 담수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간의 갈등이 무력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이 강이나 호수를 갖고 있는 국가가 댐을 쌓아 물길을 막을 경우 국가 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된다.

▲물 자원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 가능성 고조돼
DNI는 물문제 자체만으로는 국가 전복사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빈곤·환경·정치 등 다른 이슈와 결합하면 사회문제로 전이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미국 정보국 고위관계자는 “물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가들이 물을 무기로 삼아 주변국의 접근을 막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테러리스트들은 가시성이 높은 구조물을 공격하는 성향이 있는 만큼 댐ㆍ담수처리 공장 등 물관련 인프라가 타겟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도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리더십 발휘와 영향력 축소의 갈림길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물부족 사태에 따른 국가안보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미국 물 파트너십’(USWP)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의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자원을 동원하자는 내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물 수요는 2000년 3,565㎦에서 2050년 5,467㎦로 5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BRIICS(브라질·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