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혁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안에서 살다 서방으로 탈출한 아직까지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부모는 마치 돼지농장에서 암수 돼지를 교미시켜 새끼를 낳듯 농장 노동자를 낳으라는 간수의 명령에 따라 그를 낳는다.
어머니는 그가 14살 때 형과 함께 공개 처형되지만 그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자랐고 겨우 끼니를 이으며 중노동에 시달리다 40세 전후에 죽는 사역용 가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외부 세계에 눈을 뜬 것은 한 때 잘 나가다 숙청돼 그가 있던 14호 수용소에 들어온 한 고위 인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수용소 당국은 이 자가 아직도 자신의 죄상에 대해 자백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신동혁으로 하여금 그에 접근해 그가 말한 모든 것을 밀고하도록 했다.
그는 이 관리로부터 국경 너머에 있는 중국은 북한보다 훨씬 잘 살며 그 밖에는 중국보다 풍요로운 남한과 서방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꿈같은 이야기에 빠져든 그는 처음으로 수용소 관리의 지시를 거부하고 스스로 새 삶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밀고하는 대신 함께 지옥 같은 이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고압선이 흐르는 철조망 밑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 관리는 감전사 하지만 신동혁은 그 시체를 밟고 전기 감전으로 중상을 입으면서도 수용소를 빠져나오는데 성공하며 그 후 중국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미국까지 오게 된다. 영화보다 극적인 그의 이야기는 전 워싱턴포스트 동아시아 특파원인 블레인 하든에 의해 ‘캠프 14 탈출기’라는 제목으로 곧 출간된다.
북한에는 지금도 이런 수용소에 20만 명의 무고한 주민이 수감돼 있다. 어떤 수용소는 LA시보다 크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런 수용소를 가지고 있는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자국민에게 이토록 가혹할 수 있는 정권이 외부인에 대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26일로 천안함 장병 46명이 산화한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것이 북한 소행임을 믿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함정의 강철이 ‘피곤해서’ 스스로 쪼개졌다느니,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암초가 느닷없이 배 옆구리를 들이받았다느니, 미군 잠수함이 몰래 공격했다느니 등등 아무런 증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설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괴담으로 유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다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어뢰 발사체나 폭음과 함께 하dis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는 백령도 초병의 증언은 외면한다. 모두 한국 정부의 조작이고 위증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뚜렷한 증거가 있어도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옛날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 태양의 흑점과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고 다른 천문학자들에게 직접 보라고 망원경을 건네주자 동료 학자들은 보기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기존 가르침과 다른 사실을 알리는 도구는 사탄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는 북한과 관련된 것은 아무리 명백한 증거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남편은 김현희가 KAL기 폭파범이라는 사실을 부인한 인물이다. 모두 정부의 조작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천안함은 더 이상 큰 논쟁거리가 아니다. 그 후 북한은 연평도 주민에 대한 무차별 포격으로 그 정체를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벌건 대낮에 민간인을 학살할 수 있는 집단에게 깊은 밤 해군 함정에 어뢰를 쏘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은 알게 된 것이다. 한국의 ‘진보’가 북한의 실상을 바로 오는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기대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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