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부모가 자식 보증을 서도 보증 계약서를 자세히 읽는다. 물론 이것은 한글 계약서다. 그런데 하물며 영어로 된 계약서를 읽지 않고 이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거의 20년 전 계약서 서명하기 전에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소송을 피하는 길이라고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말 한 적이 있다. 변호사나 통역사를 통해서 계약서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고 서명하는 현명한 상식이라고 했으나 근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약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명했다가 낭패를 보고 고소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캘리포니아 민법 조항에 의거하면 건물주와 입주자는 영어 이외에 한국어, 월남어, 스페인어, 중국어나 필리핀어로 렌트, 리스나 서브리스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건물주는 제시된 리스나 렌트 계약서를 번역해서 이를 입주자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주어야 한다. 협상이 구두로나 서면으로 진행된 경우에도 이 법규가 적용된다. 리스나 렌트 계약서에 대한 번역을 제공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 할 경우 입주자는 이 계약서를 해지(취소)할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법과 이치에 의한 생활 상식이 많이 결여된 한인 상거래에서 흔히 변호사나 통역사가 아닌 어느 한 쪽의 이권을 대변하는 에이전트(특히 건물주를 대변하는 대리인)나 입주자의 18세 미만 자녀가 대충 계약서를 읽어주거나 번역해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계약서는 법률 문서로서 전문 공인 법정 통역사나 변호사에 의해 번역이 되거나 설명이 되어야 한다. 계약서에 대한 법적 해석은 오로지 변호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상거래가 매일 발생한다. 상대방을 믿으니까, 또는 귀찮아서 이러한 번거로운 번역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냥 건물 주인이 계약서를 한글로 읽어주었어요. 별로 중요한 내용 없다고 했어요. 아니 내가 이렇게 당할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라고 어떤 소송 당사자는 말했다.
우리는 매우 바쁘게 산다. 자동차 보험 계약서, 생명 보험 계약서 등의 수많은 계약서를 한줄 한 줄 다 읽어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분은 매우 적다. 하지만 생계가 달린 리스나 입주 계약을 할 경우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꼭 이러한 법에 따라야 한다.
입주자가 몰라서, 또한 귀찮아서 못하는 경우에도 건물주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해당 상황에서 계약서 번역본을 꼭서명 이전에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건물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역사난 변호사가 관여해서 계약서의 모든 내용이 번역되고 해석되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요한 계약서 내용을 번역해서 상대방이 다 이해한 다음에 서명을 받는다면 서로 차후 소송이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현명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서 계약서를 번역하고 또는 이를 받아서 읽어보는 것이 바로 상책이다.
한 예로 어떤 바이어는 계약서에 포함되어있는 조항을 모른 채 인벤토리 점검도 해보지 않고 가게를 인수했다. 그리고 나중에 매상이 문제가 되니까 갑자기 계약 위반이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분명히 바이어가 매상 점검과 인벤토리 체크를 할 권리가 있으며 만일 바이어가 어떤 이유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이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이 소송에서 셀러는 완승했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다. 다이아몬드나 명품은 잘 체크하면서 막상 비즈니스나 개인 거래에서 계약서 점검을 제대로 안 한다면 이는 습관성 무관심인 것이다. 자신의 알 권리, 보호 받은 권리를 확실히 챙기자. 시간을 내고 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중요한 계약서의 통역이나 번역을 의뢰하거나 주장할 권리가 있다. 신뢰가 올바로 서는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도 이 법은 매우 중대하고 꼭 지켜져야 된다.
폴 이/ 법정통역 PY & 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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