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민주 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의 발언이 장안의 화제다. 라이스(국무장관)를 강간 살해하면 알 카에다가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 “미군을 포로로 잡아 놓고 하나씩 장갑차로 깔아 죽이면 부시가 사퇴하지 않고 못 배길 것” “‘지랄하는’ 노인들이 시위에 나오지 못하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없애버리자” “‘자유의 여신상’ XX에 미사일을 박아버리자” 등등 참으로 해괴한 저질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사석에서조차 입에 담기 힘든 이런 말들을 인터넷 방송에서 웃으며 해댔다는 것은 아주 어려서부터 저질 문화에 깊이 물들어 이것이 잘못인지 모르는 경지에 이르렀거나 아니면 영혼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사람이 전직 교수이자 방송인이자 이제는 국회의원 후보로 정치판에까지 뛰어들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차기 정권을 맡겠다는 제1 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었을까., 김용민은 청취자 수 1위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겸 PD다. 같이 이 프로를 진행하던 정봉주 전 의원이 BBK 관련 허위 사실 유포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감옥에 가고 피선거권이 박탈돼 국회에 갈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를 물려준 것이다.
지역구 세습도 우스운 일이지만 ‘나꼼수’ 청취자가 무서워 제대로 검증 한 번 하지 않고 공천을 준 민주당은 더 한심하다. 한명숙 대표는 그를 “매주 1000만 시민을 만나 대한민국을 흔드시는 분”이라고 치켜세웠고 손학규 전 대표는 “김씨를 정의의 사도로 만들자”고 지원 유세를 했다.
그를 감싸고도는 것은 민주당만이 아니다. 경선 여론 조작으로 사퇴한 통합 진보당의 이정희는 “김용민 후보를 신뢰한다”고 말했고 ‘강남좌파’의 원조 격으로 김용민 선대위원장 직을 맡고 있는 조국은 김용민의 강간 발언이 관타나모 기지의 성폭행을 비판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방송에서 관타나모 얘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 이정희와 조국은 모두 “아나운서는 모두 줘야 한다”는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 당에서 축출된 강용석 의원과 같이 서울 법대 출신이다. 소위 한국 최고 엘리트라는 대학 출신들이 이 지경인 것을 보면 한국 교육이 문제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강용석은 김용민 발언을 전해 듣고 “나도 졌다”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외에도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은 그를 “사위 삼고 싶다”고 말 한 적이 있고 도올 김용옥은 ‘나꼼수’야 말로 이 시대의 정론이자 대한민국의 희망이라 치켜세웠었다.
이들 발언은 김용민 발언이 터지기 전이었다 할지 모르지만 ‘나꼼수’는 일관되게 쌍욕과 음담패설로 점철된 저질 방송이다. 방송을 진행자가 똥 누러 갔다는 말로 시작하는 프로는 전 세계에 ‘나꼼수’ 말고는 없을 것이다.
사회 밑바닥에는 억울하게 고통 받는 민중도 있지만 소위 ‘루저’로 불리는 사회적 낙오자, 반사회 범죄집단 같은 동물적 야만도 깔려 있다. 이들의 대변자 ‘나꼼수’는 이제 야권을 통해 정치권을 흔들면서 대한민국의 권력 집단으로 뜨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즉각 사퇴하고도 남을 사안임에도 김용민은 한명숙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완주를 선언했다. 조중동이 사퇴를 촉구해 할 수 없단다. 한겨레와 경향이 사퇴하라는 얘기는 못 들었나 보다.
정신병자를 국회에 보내는 문제는 성장이냐 복지냐 하는 정책 토론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만약 그가 당선돼 국회에 간다면 새누리 당은 모든 막말에 대해 면죄부를 갖게 된다. ‘김용민을 보라’ 한 마디면 된다. 민주당은 김용민 발언으로 서울에서만 10석이 날아갈 것으로 보면서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명박 심판에 목숨을 건 김용민이 여당의 최대 호재로 등장했다는 것은 역설 중의 역설이다.
그러나저러나 흑인여성을 강간 살해하고 미군을 장갑차로 깔아 죽이자던 인물이 한국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알까 두렵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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