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고자 할 때 사람들은 그 집을 흔히 부동산 중개인에게 내놓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고 기대하면서 그리 하는가?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인(혹은 회사)에게 집을 내놓는다는 것은 특정인 한 사람만을 골라 그에게 전문적인 영업 수단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속히 살 사람을 찾아 주고, 살 사람이 나타나면 계약부터 명의이전까지 그 절차를 전문적으로 도와 달라고 의뢰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집은 한 사람에게만 내놓는다. 한국에서처럼 이 부동산, 저 부동산에 내놓지 않는다. 그렇게 할래야 할 수도 없다. 부동산 회사는 집주인이 판매 의뢰(listing/리스팅)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 한 리스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집 주인이 어느 한 군데에 리스팅을 했으면 다른 곳에서는 집 주인이 원해도 리스팅을 거부한다. 굳이 원한다면 기존의 리스팅 계약을 끝내고 다시 오라 할 것이다. 독점 판매권(exclusive right to sell)을 원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나중에 커미션을 놓고 부동산 회사 간에 그리고 집 주인과 회사 간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둘째, 한 군데와 이미 리스팅 계약이 된 매물은 다른 회사가 이중으로 리스팅을 해도 그 회사 이름으로 마케팅을 할 길이 없다.
이중의 리스팅 계약은 커미션 분쟁을 자초하는 일이다. 부동산 회사는 리스팅을 하는 순간부터 비용이 든다. 시간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계약서 용지 값부터 시작하여 복사기와 컴퓨터 사용 비용, 인터넷 시스템에 매물 정보 올리는 비용, 매물(for sale) 사인에 열쇠 보관함 설치, 광고 등 모든 것이 돈이다. 따라서 부동산 회사는 적어도 일정 계약 기간 중에는 전적인 판매권을 갖고, 팔게 되면 커미션을 받는다는 기대 없이는 비용을 들이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부동산 회사는 리스팅 계약 기간 중에는 집 살 사람을 누가 데려 왔건, 심지어는 집 주인이 어디서 찾아 오더라도, 집이 팔렸을 때는 부동산 회사가 원래 약속된 커미션을 무조건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는 방식의 독점 리스팅 계약만을 받아들인다. 집 주인이 여기 저기 내놔서 속된 말로 “닭 좆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는 판매 의뢰는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리스팅 계약서를 보면 예외 없이 그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주인이 만약 2군데의 부동산 회사와 리스팅 계약을 맺었다면, 이는 큰 손실을 자초할 수도 있다. 집이 팔리면 무조건 약속된 커미션을 내겠다고 했으므로 집이 팔린 뒤에 2군데 모두에게 커미션을 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어느 부동산 회사에든 리스팅을 하면, 그 회사는 매물 정보를 자기네 이름으로 중개인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어느 회사에서든 한 번 매물 정보를 올리면, 다른 부동산에서는 같은 매물 정보를 중복해서 올릴 수가 없다. 아무리 올리려 해도 시스템이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지 않으면 효과적인 마케팅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남이 받은 리스팅을 이중으로 또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리스팅은 한 군데에 하지만, 실제 살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판매 의뢰를 받은 부동산(listing agent)만이 직접 살 사람을 데려오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할 일은 매물 정보를 최대한 널리 알리는 것이다. 매물 정보가 널리 나가면, 다른 부동산 중개인과 집을 찾는 사람들이 그 집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와서 보거나 오픈 하우스 등의 기회에 와서 보고, 마음에 들면 자신의 부동산을 통해 오퍼를 넣는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다는 것은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가격 책정부터 홍보, 광고, 오픈 하우스, 집 보여주는 약속,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응대와 자료 제공, 오퍼가 들어왔을 때의 협상, 계약이 되고 나면 그 이후의 계약 관리와 관련되는 협상 및 각종 절차 이행 등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리스팅을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집주인이 직접 집을 파는 방식(For Sale By Owner)을 택할 것이다.
누구에게 집을 내놓을 것인가? 내 편에서 부지런히, 정확하게 일해 줄 사람에게 내놓으면 된다. 적정가를 불러 제 값 받고 빨리 팔아줄 성실하고 능력 있는 중개인 말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런 중개인은 언제 전화하든 이메일을 띄우든 즉각 응대하여 정확히 설명하고 답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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