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오모란디(Giorgio Morandi,1890-1964)의정물화–보이는면과숨겨진면 (Plane)
점에서시작하여선을그리고, 여러선들이모여면(Plane)을만들게됩니다. 그리고이러한면들이모이면입체적인물체가그려집니다. 그래서세상에있는모든형체에는크던작던‘면’이존재합니다. 흔히보는상자를한번생각해보면이상자의위와아래, 옆과뒤등 6개의면을갖고있습니다. 그래서우리는이들을육면체라고부릅니다. 그렇다면공과같이둥근물체는어떨까요? 공은육면체상자와는달리둥글기때문에마치전체로연결된한면만을생각할수도있습니다. 그러나공도위와옆그리고아랫부분등여러면이존재합니다. 단지무한히많은면들이부드럽게방향을바꾸어나가기때문에미처면으로인식못한다는것뿐입니다. 그래서오늘은이와같이쉽게보여지는면들과숨겨져있는‘면’들에대하여합께생각해보고자합니다.
오늘감상하실작품은이탈리아의화가인모란디의정물화입니다. 그는생존시이탈리아최고의화가라고불릴만큼많은존경을받았던예술가입니다. 그의대부분의작품들이주전자, 꽃병등거의반복되는소재들을다루고있으며, 화려한색상대신한두가지의제한된색채사용, 그리고극적인명암의대조를피하는등, 어떻게보면무미건조한작품으로보여지기쉽기때문에일반대중들에게는그다지알려지지않은작가입니다. 그러나반대로작가의예술적안목을통한단순화된대상의이미지와그정적속의섬세함은모랜디작품만이보여주는숭고한아름다움으로예술인들사이에서더많은사랑을받는화가로알려져있습니다.
이그림에서 보면 둥근원통의 주전자도 보이고 사각의 각통도 보입니다. 그런데이들을 묘사해 놓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물체들을‘면’으로보고있다는점입니다. 왼쪽의사각통은물론각면이분명하므로왼쪽면은어둡게, 그리고오른쪽면은밝게.처리가되고있습니다. 화가가그리고있는 눈의 위치가 이박스의거의윗부분과일치하기때문에윗면은아주작은면으로묘사됩니다. 그리고바로이사각통옆에있는원통도역시여섯개의면으로묘사하고있습니다. 다양한밝기와어두움을담은 4개의큰면들사이에 3-4개의작은면을넣어줌으로부드럽게면들이돌아가는원통의느낌을줍니다. 이와같이모랜디는책상위에올려있는여러모양의소재들을원통이건박스이건긴병이건상관없이모두분명하게다양한면들으로묘사하고있습니다.
우리가보는모든입체적인물체에는면이존재합니다. 어떤면은너무좁아서선처럼보이기도합니다. 그러나우리에게 선처럼보이는 부분들이 대부분 작은면이라는점, 그리고 무한한면으로 구성된것이 원통이라는 점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서,이모란디의 그림을 감상해보시면 그의 작품이 이야기책처럼 풀어지는것을느끼실수있을것입니다.이모랜디의 이야기를듣고나면 아무리복잡하게생긴물체라도 이들을그려나가는것이 그다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것입니다. 미켈란젤로의다비드상은그웅장함과 더불어 아름다움으로 칭송을 받는 조각상입니다. 특히‘다비드의손’이유명한데 그 이유는 바로 손에서보여주는 아름다운‘면’에 그 비밀이있기 때문일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