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을 하면 시상詩想이
나는 뉴욕 상운사를 개설하여 포교를 하는 중에 너무나 언론 포교에 치중하다 보니까 절의 살림살이는 그리 풍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하루는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을 쳐다보니 거무스름하고 꾀재재한 데다 주름살까지 생겼다. 순간 하루빨리 선방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이 더 먹고 더 늙기 전에 어서 선방에 가서 정진해야지!”하는 생각이 떠오르니 하루도 잠을 편히 이룰 수가 없었다. 승려란 출가할 때 마음을 잃지 않고 정진하는 것만이 흐트러짐 없는 수행자 길이라 생각하여 하루속히 선방에 갈 것을 염원하였다. 그러나 내가 벌려 놓은 이 절을 잠시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는 찰라, 잘 발전시키겠다는 스님이 있어 넘겨주고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맡기고 선방으로 향하였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진할 것을 생각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통도사 극락암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동안 나는 한국을 떠나온 지 여러 해가 된 관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한 고향 땅이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출가할 때의 처음 마음을 떠올리며 극락암에 방부드려 화두 하나로 열심히 정진하였다. 명색이 일찍이 절 집안에 들어와 절 밥 축냈다는 것 때문에 본의 아닌 입승立繩을 맡아 한 철을 정진하게 되었다. 입승이란 보통 승려들과 달라 개인적인 방이 하나 주어져 정진은 대중스님들과 큰방에서 함께 하지만 쉬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은 자유가 좀 있는 편이다.
만사를 뒤로한 채 정진을 하니 나에게는 그 이상 바램이 없었다. 포교 일선에 나가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조달해야하는 실정인데 비하여, 선방이란 정진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나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한철 정진을 참 잘했다. 모든 것이 해결된 상태에서 정진만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고맙고 과분할 뿐이었다. 가끔 대중들이 모이면 나에게 묻는다 “입승스님께서는 날씨와 관계없이 정진하시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비가 오려면 어디 몸이 아프지 않으셔요?”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공부하기 그렇게 좋은 여건에서 정진을 게을리 한다면 내가 출가한 보람이 없지 않겠는가! 대중들은 좀이 쑤셔 외출을 좋아하지만 나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화두의 일념으로 좌복에 앉아 정진했다.
정진하면서 쉴 때 잠깐잠깐 내 방에 들어서면, 난데없는 시상詩想이 떠올라 편지 쓰는 종이에 낙서처럼 썼는데 여름한철 정진에 108편 이상의 시를 썼다. 나의 이런 광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나는 극락암에서 여름 한 철을 정진했지만 한철 내내 입선入禪이나 방선放禪이 없이 정진했음은 물론 시상도 여일如一했다. 나의 두 번째 시집 “두 나래 펴고”라는 재목으로 출판된 것이 바로 이때 쓴 것이다.
바로 “시선일여詩禪一如”라 하지 안했던가. 무엇이든 이루려면 삼매三昧에 들어야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라도 이루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겐 화두話頭들고 참선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선禪은 산란한 마음을 집중시키고 그 집중은 삼매三昧를 이뤄 우리 머리에서 잠자고 있는 능력을 일깨운다”고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May 3.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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