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스님과 함께
정윤스님은 해인사 강원 한해 후배이다. 강원시절 나는 공부가 바빠 서로 이야기를 나눈 일도 없지만, 필라 원각사에 와서 나의 후임으로 주지할 때 나는 한국 선방을 다녀와 함께 나야가라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간 일이 있다.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에 있는 법주사도 방문했는데 차를 얼마나 빨리 몰던지 그 차를 탄 사람은 모두가 사색이 될 지경이었다. 으레 차만 몰고 나가면 딱지를 떼인다. 그렇지만, 정윤스님은 차만 탔다하면 운전은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한다. 아마 그 스님의 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겉보기엔 그렇게 차분할 수가 없는데 차는 그렇게 빨리 몬다.
일철스님은 정윤스님의 차를 나와 함께 타고 쉐난도아 팍크를 다녀와 밤새 차에서 시달리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쉐난도아 팍크의 길은 좁고 굽이굽이 오솔길 같은데 속도를 늦추지 않으니 바퀴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바퀴의 연기를 식혀가며 파크를 구경하고 나오는데 평길에서 교통경찰에게 잡혔다. 55마일 구간에 75미일이라 티켓을 받으니 일철스님 하는 말 “저 경찰도 참 바보다. 45마일 구간서 80마일 다닐 때는 안 잡고 55마일 구간에서 75마일을 잡다니!”하며 빈정대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정윤스님은 그런 말에 아랑곳없이 달린다.
내가 산호세 정원사에 살 때도 함께 어디를 갈라치면 정윤스님 차를 타는데 나는 운전사 옆자리에 탄다. 정윤스님의 차를 타면 아무리 빨리 몰아도 나는 속도에 개의치 않는다. 그 저 태연하게 앉아있으면 정윤스님은 “법장스님은 내가 이렇게 차를 빨리 모는데도 겁나지 않습니까? 어찌 그리 태연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다 사색이 되는데...?”하며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미소 띤 얼굴로 네게 한마디 던진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한다. “스님께서 차를 빨리 몰아 사고가 나는 날엔 함께 가는 것이 당연한데 뭐 걱정할게 있습니까. 같이 가면 가는 것이지 뭐 두려울 것이 있습니까. 그렇게 겁이 났다면 이 차를 아예 처음부터 안 탔을 것입니다.”하면 정윤스님은 생각 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없이 운전한다.
내가 운전을 배운 뒤 정원사에 들렀을 때 마침 한국에서 홍선스님이 와서 정윤스님과 함께 셋이서 드라이브 가는데, 정윤스님이 “법장스님도 미국을 살려면 운전을 잘해야하니 어디 한번 운전을 해봐”하며 운전대를 주기에 사양하려다 그냥 받아 운전을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서툴었던지 굽은 길에서 약간 몸이 흔들렸는지 순간 당장 차를 세우라고 해서 운전대를 빼았겼던 때가 있다. 사실 자기가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면 모르던 흔들림도 운전사 옆자리에 타고 보면 의외로 많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 또 우연한 기회에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혼자 운전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피곤에 지치니 나에게 또 운전대를 주며 운전하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운전을 했는데 내가 처음보다 의외로 차분하게 운전하는 것을 보고 그 뒤로는 피곤해서 서로 운전을 교대할 뿐 절대 운전대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정윤스님도 그렇게 빨리 운전하지 않는다. 의외로 차분해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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