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신군부의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지 32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로부터 어언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안타깝게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이 지역과 계층 그리고 이념에 따라 여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특히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5.18의 역사적 의미를 축소 폄훼하려는 음험한 기도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정부가 2008년 이후 3년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고 공무원들의 5.18묘역 참배를 불허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하겠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알려진 바와 같이 5.18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노동현장에서 희생된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담은 진혼곡으로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때도 각종 집회와 시민행사에서 당국의 부당한 간섭이나 제재 없이 불리웠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8년 5.18정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유족들과 함께 불렀다.
그러나 이 노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음해부터 5.18기념식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대통령 또한 두 번 다시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2009년 말 정부가 이 노래 제창을 금지한 이유를 밝혔는데 ‘민중가요를 부르고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서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는 2010년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잔칫날에나 어울릴 흥겨운 경기민요 ‘방아타령’을 연주하려다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음울한 제삿날에 풍악을 울리려 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반발해 유족들과 5.18단체들은 별도의 행사를 치렀다.
한마음 한뜻으로 치러야 할 기념식이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옹졸한 정부 때문에 두 쪽이 나고 만 것이다. 그랬던 정부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던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게 해달라는 광주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마침내 지난해부터 다시 부를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광주민중항쟁은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정권의 붕괴와 중국 천안문 사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 실로 전 세계 민주화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 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5.18의 정신과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아직도 5.18의 역사적 의미와 정당성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불순세력들이 횡행하고 있다. 국적불명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과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등 일부 극우단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에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다 무참히 학살된 광주시민들은 여전히 죽어 마땅한 폭도들일 뿐이고, 학살 만행도 계엄군이 아닌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명백한 역사왜곡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한국민들이 지금처럼 정치적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32년 전 5.18과 같이 역사의 고비마다 앞장서 몸을 던진 광주시민들의 거룩한 분노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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