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대 LA 한인회장 선거가 또 다시 무투표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0년 6번의 한인회장 선거 중 투표로 회장을 뽑은 것은 제28대 단 한번 뿐이었다. 자격 시비, 규정 위반, 사전 담합 등 단골 잡음과 루머가 무성한 가운데 찜찜하고 석연찮은 분위기 속에 신임회장이 등장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이번 선거는 좀 다를까 했는데 역시나 파행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선거는 한가지 긍정적 선례를 남겼다. 아무리 사소한 규정 위반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투표를 단 사흘 앞두고 선거의 판을 접게 된 것은 박요한 후보의 반복된 선거규정 위반 때문이었다. 박 후보가 2차례 경고를 받으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다.
박 후보의 위반 내용은 보기에 따라서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의 주장대로 ‘사소한 실수’이고 ‘사무직원의 행정적 실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가 선거법 준수를 서약하고 출마한 이상 대충 넘어가도 될 ‘사소한’ 규정이란 없다. 사무직원의 실수라 해도 책임은 후보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모를 사람 또한 없다. 박 후보는 지난번 선거에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 당했다. 이번 위반은 상대적으로 가볍기는 해도 박 후보가 같은 실수를 했다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박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이미지 실추를 막는 길이라고 본다.
차제에 짚어봐야 할 것은 선거규정이다. 현행 선거법 세부규정들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은 전에부터 있었다. 박 후보의 위반 케이스 중 하나는 양로보건 센터에 제공한 음식 값이 252달러로 ‘200달러 미만’ 한도를 어긴 것이다. ‘겨우 몇십 달러 때문에’ 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세부규정이 보다 현실적이고 상식적일 필요가 있다. 차기 한인회장단은 선거법 개정을 진지하게 고려했으면 한다.
이번 선거는 두 후보의 이력과 자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일차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만큼 배무한 한인회장 당선자는 한인사회의 화합을 첫 과제로 삼아야 하겠다. 아울러 이번 선거로 한인사회에는 ‘역시나’ 하는 불신이 더 깊어졌다. 어떻게 하면 한인사회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배 당선자는 각계의 의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