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요설 선생 40여년 작품 담은 회고록 출판기념회 성황
부인 모니카씨 헌신으로 빛봐…성우 김세원씨가 축시낭송
구순(九旬)을 넘긴 한인 원로사진작가가 한평생 바쳐왔던 예술혼이 고귀한 선물로 세상에 건네졌다.
주인공은 한 평생 음악과 사진에 천착하며 한인예술의 대표주자로 주류사회에 이름을 떨쳐온 93세의 남궁요설 선생이다. 성악가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1950년대 후반부터 촬영 활동을 중단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 작품 100여 점을 담은 그의 회고록이 지난 26일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문화 예술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 선생의 모교인 워싱턴대학(UW) 케인홀에서 이날 낮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오랜 지기인 짐 맥더못 연방 하원의원 등 주류사회 인사와 손창묵 전 주 경제수석, 이익환 전 한인이민사 편찬위원장, 송영완 총영사 등 한인 인사까지 모두 200여명이 참석했다.
맥더못 의원은 30여년전 남궁 선생과 함께 나눴던 사진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회상했고 남궁 선생 작품의 최다 개인 소장자로 알려진 손창묵 박사는 남궁 선생의 끊임없는 예술혼과 그의 건강을 기원하는 꽃다발과 함께 그의 회고록 출간을 축하했다.
송 총영사는 “총영사관 관저에 남궁 선생의 작품이 걸려 있다”고 소개하고 시애틀총영사관이 자체 건물을 마련하면 첫 행사로 남궁선생을 모시고 그의 작품을 전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날 기념회에는 한국에서 온 축하객도 있었다. 1970~80년대 라디오 프로인 ‘김세원의 영화음악’,‘밤의 플랫폼’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짝’이란 프로의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성우 김세원씨가 참석해 피천득 시인의‘이 순간’을 한국말과 영어로 낭송, 감동을 선사했다.
‘이 순간 내가/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이 순간 내가/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라는 시를 통해 이날 남궁 선생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했다. 교육방송 이사장을 역임했던 김씨의 아버지는 월북 작곡가인 김순남씨로 남궁 선생과 둘도 없는 친한 친구였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1919년 태어나 5살 때 평양으로 옮겨간 남궁 선생은 한국 최초 신학자인 남궁 혁 목사의 아들이며,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교육자이며 한국 최초의 신문인 황성일보의 사장을 지낸 남궁 혁 선생을 큰 아버지로 두고 있다.
슈베르트 음악을 남달리 좋아했던 남궁 선생은 13살 때 슈베르트 명가곡‘보리수’가사를 한글로 번역했으며, 일본에서 성악(베이스)을 전공한 뒤 중국 상하이 교향악단과 고려 교향악단 매니저를 지내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도 평강장로교회(담임 박은일 목사) 남성 4중창단이 나와 ‘보리수’를 부르며 헌사했다.
지난 1947년 UW에 유학 온 남궁 선생은 사진작가로 변신해‘신 사실주의 사진’의 지평을 열며 근대 풍경사진의 원조인 안셀 아담스와 함께 사진예술에 정진했다. 특히 자연을 소재로 한 남궁 선생의 작품은 순간을 포착, 마치 유화를 그려놓은 것처럼 독특한 사진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남궁 선생의 회고록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지난 10여간 한 순간도 비우지 않고 그의 옆을 지키며 헌신해왔던 부인 모니카 남궁씨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따른다. 남궁 선생이 본 부인과 사별한 뒤 베나로야홀 음악회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결혼하게 된 모니카씨는 남궁 선생이 음악회와 공연 등을 찾을 수 있도록 수족이 돼 그를 보살펴왔으며, 이번 회고록 출판과 기념회도 그녀가 주도해 이뤄졌다.
모니카씨는 “이번 회고록은 남궁 선생의 40여년 작품들을 총망라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류사회뿐 아니라 한인들의 아낌없는 사랑으로 회고록이 나오게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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