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송곳
젊을 때 나의 성질이 다른 이에게 모나게 비쳐진 것을 씻을 수가 없나보다. 내가 뉴욕 상운사를 만들 때 양보살님은 나를 많이 도왔다. 아무래도 자주 만났던 관계로 자주 밥도 먹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다. 지금은 내가 운전하고 다니지만 내가 미국에 들어와 주지를 하고 절을 세워 운영을 했으면서도 운전을 하지 못했으니 자연 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양보살님은 벤츠를 타고 다니시는데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문을 열어놓고 다니기에 검은 내 살결은 더욱 많이 탄 기분이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차는 운전대 잡은 사람 마음대로 가는 것을!.....
가끔 밥을 함께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양보살님은 나를 표현하기를 “스님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습니다.” 라는 말씀을 듣고 나서는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어찌하면 내 이 모난 부분을 둥글둥글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락커웨이 대서양 바닷가를 거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거닐 때마다 새들이 조개 까먹는 것을 보기도 하고 물고기를 낙아 채어 먹는 것을 보기도 하며 일렁이는 파도가 모래자국 남기는 것도 보면서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바로 이거야! 바닷물에 씻긴 보드라운 조개껍질들.... 처음 깨진 조개껍질만큼 날카로운 것이 어데 있겠는가! 나도 이제 바닷물에 씻겨 보드라운 조개껍질같이 부드러워 져야지!”하는 결심이 생겨 그때부터 나는 “모든 것을 부드럽게 둥글둥글하게 마음가짐. 행동 또한 그렇게 되도록! 어딜 가나 환영받는 부드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그게 하루아침에 이뤄지겠는가! 화엄사를 세우고 정진하면서 문득 양보살님의 고마움이 떠올라 공양이라도 한번 대접하고픈 심정에서 수소문하여 나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때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사람은 자기가 상대에게서 받은 인상에 사로잡혀 그 이후 현재까지 발전된 모습은 알기 힘드리라 본다. 사람의 본 성질이 어디 가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깨달음을 향한 수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달라지려고 노력한 만큼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양보살님께서 반응이 없는 것은 나를 24여 년 전 한치의 어긋남 없는 수행. 불같은 성질. 매서운 눈매, 깡마른 고집불통 같은 생각만이 머리에 꽉 차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4여년이 지났으니 강산도 두 번 바뀌었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변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러있으니 죽은 사람이 자신의 죽은 날만 기억하여 잊지 않고 제삿날 제삿밥만을 받아먹으러 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우리는 너나없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못하면 모든 것이 불만뿐이다. 자기 얼굴은 항상 씻고 거울을 보면서도 늙은 줄을 모르며, 눈앞에 비치는 사람만 많이 컸네, 어른이 됐네, 왜이리 늙었는가? 한다.
사람은 살면서 고마운 것은 알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사람의 은혜 속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안 믿고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격려하고 믿음을 가지고 은혜를 알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Jun 7.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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