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콘크리트 제국이다. 그곳에서 야생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도심을 흐르는 하천엔 백로가 물고기를 잡고, 마천루 사이에 있는 도시공원에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라니와 너구리가 활개치며, 공원의 나무숲 사이로 수많은 새가 둥지를 틀었다.
KBS 1TV ‘환경스페셜’은 13일 오후 10시 도시가 품은 작은 녹색 섬들이 야생을 불러 모으는 현장을 소개하는 ‘도시, 야생을 부르다’ 편을 방송한다.
도시 속에서 만나는 야생의 얼굴은 자연과 인간, 문명과 야생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가운 인사다.
인구 50만의 중소도시 남양주. 이곳에 흐르는 한강지류 왕숙천은 개발 탓에 오염된 하천이었지만, 하수관 정비 사업을 통해 생명의 하천으로 부활했다. 먹이를 발견하면 물속으로 잽싸게 내리꽂는 물총새의 비행과 피라미를 낚기 위한 백로의 춤, 천적이 다가오면 날개가 꺾인 것처럼 행동하는 꼬마물떼새의 위장술을 볼 수 있다.
특히 왕숙천 인근 야산에는 400여 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서식지를 형성했다. 한 때 검은 물이 흐르던 왕숙천은 도시 속에서 야생을 지키는 생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시 하천의 부활은 곧 도시 속 자연과 생명의 부활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조정 경기를 위해 지은 미사리 조정경기장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변모했다. 공원 임시 주차장에 둥지를 마련하고 알을 낳은 꼬마물떼새. 아직 어린 어미새를 위해 사람들은 보호울타리를 쳐 주었다. 이런 사람들의 배려는 미사리 경정공원을 새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지난 13년간 이곳을 찾은 새들은 100여 종이 넘는다. 그 뿐만 아니라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해 대륙검은지빠귀, 때까치, 찌르레기 등 수십 종의 새들이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새 생명을 이어간다.
녹색도시개발은 도시 공간 속에 야생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존의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것은 이미 국제도시들이 추구하고 있는 녹색도시 프로젝트이다. 브라질의 생태도시 쿠리치바는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다. 인구 180여만 명의 대도시 쿠리치바의 1인당 녹지면적은 54㎡으로 서울의 10배 이상이다. 이렇게 넓은 도심 속 녹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설치류 카피바라는 마음껏 풀을 뜯는다.
영국의 대도시 런던에 있는 런던 습지센터도 도시 속에서 인간과 야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다양한 생물종의 보고이며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는 도시 습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들의 월동지인 이곳은 철새들의 쉼터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마음의 쉼터가 되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